반도체가 2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출 실적을 보이며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해 초 반도체 업계의 ‘상저하고’ 전망에 따라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기록을 넘어 역대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116억7000만 달러(15조6879억 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5.7%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22년 6월(123억 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실적이다.
또 지난 2022년 6월 이후 2021년 12월(128억 달러)과 2018년 9월(124억 달러), 2022년 6월(123억 달러) 이후 역대 5번째로 높은 수치다. 대중국 수출(0.4%)은 1월에 이어 플러스로 전환했다.
산업부는 “IT 전방산업 수요확대 흐름 속에 전년 동월비 메모리(낸드) 가격 상승, 수출물량 증가세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시장의 경우 중국 제조업 경기 약세 지속 영향으로 일반기계 수출이 감소했으나 스마트폰 시장 회복에 따른 낸드 수요 회복세 및 메모리 가격 상승 영향 등으로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면서 한 달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분기에도 반도체 등 IT 품목과 선박의 수출증가, 작년부터 이어온 자동차와 일본기계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수출 우상향 흐름과 흑자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올해의 회복세가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는 ‘슈퍼사이클’로 갈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우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수출입동향 브리핑에서 “반도체 수요는 굉장히 견고하다. 가격도 지난해 대비 25% 증가했고 앞으로 더 오를 것 같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역대 최고치를 달성할 지 여부는 예단하기는 지금 상황에서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반도체 경기의 ‘상저하고’를 예상했지만 2022년 상반기 반도체 수출이 역대최고치를 찍은 반면 당해 연말에 실적이 좋지 않았던 점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지난달 크게 개선된 배경으로 지난해 4월 삼성전자의 감산으로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감산 효과와 수요회복을 반도체 수출 개선 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2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경기가 부진했지만 소비심리가 아무리 얼어붙었더라도 기본적으로 이제 교체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전체적인 수요 시장에서는 아직 큰 변화가 보이진 않지만 우리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감산 효과가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AI향 반도체의 경우 단가가 세기 때문에 이들 제품은 시장규모는 작더라도 매출이 늘어나다 보니 (반도체 수출이) 개선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또 “올해 초까지 (반도체) 전망이 ‘상저하고’인데, 하반기에 좋아지는 거에 대해서 이견은 없다”면서 “시기가 조금 당겨졌을 뿐 지금보다 더 나빠질 여지는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올해가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성장을 보여주는 원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AI로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업 사이클에 진입했다"면서 " AI GPU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HBM, DDR5와 같은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이다. HBM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이번 AI 시대에서 가장 핵심이며,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업체 같은 관련 밸류체인들의 고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BM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57% 고성장이 예상된다. 공급대비 수요 증가분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회복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2/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116.0pt로, 2021년 2분기 이후 12분기 만에 최고 수준이다. 송 연구원은 “수출대상국 경기 및 수출단가 개선 흐름 속에 반도체, 자동차/부품, 선박 등의 수출 호조가 전망되고 있다. 이에 당분간 수출 회복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또 “물론 반도체 수출 단가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면서 “전체적인 수출 물량이 정체되어 있고 반도체의 경우도 수출 물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단가의 상승이 수출 증가를 전적으로 견인하는 상황이라 향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만 현재는 이러한 흐름들이 AI 수요 확대에 따른 고수익성 제품군의 사용 증가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 더 중요해 보인다”면서 “당장은 단가 부담보다는 추세적으로 증가하는 수출액에 조금 더 집중해 볼 필요가 있는 구간이라 판단된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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