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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권 주총서 확인된 '여풍',이사회 의장에 은행장까지 다양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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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11월 젠더 다양성이 높은 기업의 수익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서스틴베스트

 

주요 금융지주사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여풍’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달 22일 정기 주주총회 종료 후 이사회를 열고 권선주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KB금융이 여성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권 의장은 지난 2013년 IBK기업은행장 자리에 오르며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으로 재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는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금융업 전반에 높은 이해도를 갖고 전문적인 식견을 쌓은 금융·경영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신한금융지주 또한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 후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윤재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한금융은 이미 지난 2010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전성빈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윤 의장은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로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20년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우리·하나금융은 여성 사외이사 수를 늘렸다. 우리금융은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송수영 사외이사 대신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등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기존 6명이던 이사회 규모를 7명으로 늘리면서 여성 사외이사도 1명에서 2명으로 추가한 것.

 

하나금융 또한 기존 원숙연 이화여대 교수에 더해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을 늘렸다.

 

여성 은행장도 추가됐다. 토스뱅크는 지난달 28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이은미 전 DGB대구은행 최고재무책임자의 신임 대표이사 선임의 건을 승인했다. 이날 정식 취임한 이 행장은 권선주(기업은행·2013년), 유명순(한국씨티은행·2020년), 강신숙(수협·2022년) 행장에 이어 역대 네 번째 여성 행장이자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여성 행장이 됐다.

 

대표적인 남초 기업으로 꼽히던 국내 금융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점차 여성 사외이사 및 임원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22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이사회를 하나의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됐다. 성 평등을 강조하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와 입법 노력이 맞물려 금융권도 여성에 대한 문턱을 낮추게 된 것.

 

물론 금융사가 여성 임원 비중을 늘리는 것은 단순히 양성평등 때문만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기업 내 젠더 다양성이 확대될수록 기업의 성과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2013~2022년 10년간 각 산업 및 국가별로 젠더 다양성이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와 낮은 기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지난해 11월 그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젠더 다양성이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평균 ROA(총자산수익률)이 젠더 다양성이 낮은 포트폴리오보다 1.6%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블랙록은 여성인력 비중이 50% 미만인 기업이 여성 비중을 1% 높이면, 다음해 해당 기업의 ROA가 3.5bp(1bp=0.01%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또한 지난해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의 젠더 다양성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지표인 HERS(Holistic Equal Repre-sentation Score)를 활용한 투자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2022년 MSCI 선진국 지수(MSCI World Index)에 편입된 1875개 기업 중 HERS 점수가 높은 기업들, 즉 조직 내 직급 전반에 여성이 포함된 젠더 다양성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을 1.6%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권도 여성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그 수준은 글로벌 스탠더드이 미치지 못한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금융사의 여성 이사 비중은 ▲씨티 53.8% ▲웰스파고 38.5% ▲뱅크오브아메리카(BOA) 35.7%로 집계됐다. 아직 이사회에 여성 이사가 1~2명뿐인 국내 금융사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류호정 서스틴베스트 책임연구원은 “기업 내 젠더 다양성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저조한 국내의 경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한 젠더 평등 제고가 기업가치 상승을 촉진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라며 “전체 직급 내 치우치지 않은 성별 비율, 임금 형평성 등 젠더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재를 키우고 이탈을 막는 기업문화가 만들어진다면 기업가치 상승의 장기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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