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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韓 공적금융 화석연료 투자 세계 2위,,, 재생에너지 정책금융 늘려야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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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2년 G20 중 상위 5개 국가의 글로벌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연평균 공적금융 투자액과 청정에너지 투자액. 자료=기후솔루션

 

한국이 공적금융을 통해 화석연료에 투자한 금액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적금융부터 탄소배출을 고려한 투자 기준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기후환경단체 오일 체인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OCI)은 지난 3일 한국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공적금융을 통해 연평균 10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화석연료 지원에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한국정책금융공사·한국국제협력단 등 5개 기관의 투자액을 합산한 것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OCI는 매년 전 세계 주요국의 화석연료 금융현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올해 보고서를 발간하기 전 한국을 포함한 상위 5개국의 자료를 선공개했다. 

 

1위는 캐나다로 연평균 110억달러를 공적금융을 통해 화석연료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보고서에서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은 연평균 70억 달러로 올해 보고서에서는 3위로 순위가 두 계단 하락했다. 

 

다만 캐나다는 지난 2022년 말 ‘청정 에너지 전환 파트너십(Clean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 CETP)’ 이행 계획을 발표하고 사실상 해외 화석연료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대로라면 한국이 내년 보고서에서는 공적금융을 통한 화석연료 투자 규모 1위에 등극하는 것이 유력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2년 3년간 한국 공적금융의 화석연료 투자 중 84%는 천연가스 사업에 집중됐으며, 대부분 액화천연가스(LNG) 건조를 지원하는데 사용됐다. 그 뒤는 석유·가스 혼합 사업(8%)이었으며 석탄은 6%에 불과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1년 기후정상회의에서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2021년부터 시행된 한국의 석탄 투자 배제 정책은 효과가 있었다”라며, “2021~2022년 신규 석탄 사업에 대한 공적 금융 제공 결정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적금융 탈석탄 선언에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 OCI는 “이 자금은 청정에너지로 옮겨가는 대신 더 많은 석유와 가스 사업의 확장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라며 “이는 한국의 석탄배제 정책을 화석연료 전반으로 확장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공적금융을 통해 청정에너지에 지원한 금액은 연평균 8억5000만 달러(약 1조1500억원)으로 화석연료 금융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일본의 청정에너지 금융 규모는 연평균 23억 달러(약 3조1000억원)로 한국의 3배 수준이다.

OCI는 “한국은 아직 석유·가스에 대한 국제 공적 금융 제공 중단을 선언하지 않은 주요 후발 주자로 남아 있다”라며 “청정 에너지전환 파트너십(CETP)에 가입하고 공적금융의 신규 석유, 가스, 석탄 사업에 대한 직접 및 간접 투자를 즉시 중단하기 위한 범정부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금융권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탈석탄’ 선언이 확산되는 동안 공적금융기관들은 상대적으로 기후금융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녹색금융을 홍보하면서도 이면에서는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를 오히려 확대해왔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산은의 석탄화력발전 여신 잔액은 2019년 말 7763억원에서 2022년 말 1조461억원으로 3년 만에 2698억원(34.8%) 증가했다. 전체 여신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4%에서 0.6%로 늘어났다. 

 

수은 또한 석탄발전 관련 여신 잔액이 2018년 말 2조5178억원에서 지난해 7월 말 3조7827억원으로 1조2649억원(50.2%)이나 늘어났다. 전체 여신 대비 비중은 같은 기간 2.4%에서  3.0%까지 올랐다. 

 

이번 보고서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규모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에서 석탄채굴 및 발전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민연금기금 투자제한 전략 도입방안(안)’을 심의·의결하며 ‘탈석탄’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기업 투자액은 2021년 12조6500억원에서 지난해 13조원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도입을 예고했던 석탄배제 투자기준은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 35명은 지난 2월 22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과 서원주 기금이사, 류지영 감사 등 3명을 상대로 22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석탄투자 제한 정책을 수립하지 않아 가입자에게 건강과 재무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내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이 지난해 6월 발표한 ‘국민연금 석탄 투자로 인한 대기오염 및 건강피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2022년 2년간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1968명, 건강피해로 지출된 비용은 약 12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보고서를 작성한 클레어 오매닉크 OCI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 공적금융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라며 “그러나 한국과 같은 G20 국가들이 기후를 파괴하는 화석연료 사업에 매년 100억 달러씩 투자한다면 이러한 국제적 공적금융의 노력이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석유가스팀장 또한 “한국이 신규 화석연료 투자를 계속 고집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은 더 늦기 전에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정책금융 패러다임 전환을 국제사회에 천명하고 국내 산업계에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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