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경제 불확실성 속에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삼중고 환경이 지속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속속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이 연초부터 임원 휴일근무 확대와 주말 사장단 회의 부활, 이사 보수한도 축소 등 비상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재계 1위 삼성은 임원들이 휴일을 반납하고 근무에 나섰다.
기존에도 삼성전자 개발·지원 등 일부 부서 임원들이 주 6일 근무를 해왔는데,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계열사 임원들도 주 6일 근무에 동참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이미 올해 초부터 임원 주 6일 근무를 시행 중이다.
올해 들어 SK그룹은 주 5일제 근무를 도입한 지 24년 만에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시켰다.
기존에는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개최한 핵심 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올해 1월 말부터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격주 토요일마다 시행하고 있다. 또 SK그룹 계열사 주요 임원들은 휴무일로 지정된 '해피 프라이데이'에도 출근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으로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진 가운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 불황도 장기화하면서 비상 경영 체제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불안정한 경영 환경에 허리띠를 졸라맨 기업들도 있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이사 보수 한도를 줄이며 비용 절감에 나섰고, LG화학은 성과급까지 개편했다. 향후 회사 전체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면 흑자를 낸 개별 사업본부이더라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출장과 전시회 참여 등 소모성 경비를 30%가량 줄였다. 포스코는 임원 급여를 최대 20%까지 반납하고 주식보상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3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관련해 당사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주 4일제가 논의되는 시대에 주요 기업들이 임원 주 6일제에 나서자, 시대 역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미국 CNBC는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 보고서를 인용해 2022년 '주 4일제 근무 실험'에 참여한 영국 기업 61곳 중 54곳(89%)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31개 기업(51%)이 주 4일 근무로 영구 전환했다고 전했다.
해당 실험은 오토노미와 비영리단체 '주 4일제 글로벌(4 Days Week Global)',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보스턴대 연구진 등이 기획한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제 실험으로 근로자 3300여 명이 동참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82%는 주 4일제가 직원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으며, 50%는 직원 이직률 감소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했다.
일본도 주 4일제를 장려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일본 지사가 지난 2019년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생산성이 40% 높아졌다고 발표했는데, 일본 정부는 이 사례를 높게 평가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 직원 2500명을 대상으로 주 36시간 근무제를 시범 실시했고, 이후 전체 인구의 90%가 주 4일 근무제를 시작했다. 독일, 핀란드, 포르투갈 등 다른 국가도 주 4일 근무제를 실험한 바 있다.
이르면 올해 말, 아니면 내년에야 세계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의 비상경영은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승석 한국경제인협회 글로벌리스크팀 책임연구위원은 30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임원들의 주6일제 근무로 기업의 매출액이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지금 삼고 현상, 전쟁리스크, 보호무역의 시대로 급변하게 되다 보니 경제가 구조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각자의 주력 산업에서 도전을 받고 있는 만큼 (비상경영은) 기업들의 ‘긴장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책임연구위원은 또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느리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코로나 직후 2년 전과 비교하면 나아진 상태”라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현실화되지 않아 경제 회복의 속도가 아주 느리게 느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향후 경제 회복의 정점에 대한 예상은 불가능하다”면서도 “AI 분야의 비약적인 기술 발전으로 인한 경제의 급격한 변화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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