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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리금융의 위기, 실적 부진에 조병규 행장 책임론 대두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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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금융그룹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의 여파 속에서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보다 10%가량 하락한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 ELS의 영향이 거의 없었음에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사업 다각화 등 반전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6일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82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8% 감소한 것으로, 4대 금융 중에서는 KB금융(△30.5%) 다음으로 하락폭이 크다. 

 

우리금융은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홍콩 ELS 판매 규모가 크지 않아,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상대적으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금융이 홍콩 ELS 배상비용과 관련해 적립한 충당부채는 75억원으로, 홍콩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금융(8620억원)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신한금융(2740억원)과 하나금융(1799억원)도 수천억원 규모의 ELS 관련 비용을 반영했지만, 순이익 하락폭은 각각 △4.8%, △6.2%에 그쳤다. ELS 사태에도 실적 선방에 성공한 신한금융은 지난해 KB금융에 내준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았으며, 하나금융도 지난해 1분기 약 4000억원이나 벌어졌던 KB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를 151억원으로 좁혔다.

 

우리금융이 4대 금융 중 홍콩 ELS 손실 사태의 타격을 가장 덜 받았음에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로는 대손비용 급증, 이자이익의 감소 및 은행 위주의 사업구조가 꼽힌다. 우리금융의 1분기 대손비용은 36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나 늘어났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대출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 실제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의 연체율은 각각 0.28%, 1.46%로 전분기 대비 0.02%포인트, 0.24%포인트 올랐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비은행 비중이 크지 않은 특성상 그룹 대손비용률이 타사 대비 낮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0.40%로 오히려 더 높았다”라며 “중소기업대출 부실이 일부 발생하면서 실질 NPL(고정이하여신)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자이익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금융의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1.74%로 전년 동기 대비 17bp(1bp=0.01%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4대 금융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2조2190억원에서 2조1980억원으로 0.9% 줄어들었다.

 

반면 신한·KB금융은 NIM이 전년 동기 대비 6~7bp 상승하면서 이자이익이 각각 9.4%, 11.6%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경우 NIM이 11bp 감소했지만 비은행 계열사가 선전하면서 오히려 이자이익이 5% 늘어났다. 4대 금융 중 이자이익이 줄어든 곳은 우리금융뿐이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1분기 NIM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5bp 하락한 1.50%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자마진이 하락하면서 우리은행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8.4% 줄어든 7897억원에 그쳤는데, 이는 신한은행(9286억원)과 하나은행(8432억원)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홍콩 ELS 손실 사태의 영향을 배제하면 우리은행과 경쟁 은행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진다. ELS 관련 충당부채를 제외한 각 시중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KB국민은행 1조2515억원, 신한은행 1조2026억원, 하나은행 1조231억원으로, 1조원을 넘지 못한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우리은행 이자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저원가성예금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원가성예금은 요구불예금,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MMDA) 등 금리가 연 0.1% 수준인 예금으로 은행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우리은행의 1분기 저원가성예금은 말잔 기준으로 거의 증가하지 않은 반면, KB국민은행(4.5%), 신한은행(6.7%), 하나은행(4.2%) 등은 저원가성 예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자마진이 개선됐다.  최 연구원은 “1분기 중 저원가성예금이 대폭 증가한 타행들과 달리 우리은행은 말잔 기준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라며 “KB·신한·하나은행의 증가에 비하면 다소 초라했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과도한 은행 의존도도 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보험·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다. 실제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7897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이익의 95.8%에 해당한다. 우리카드(290억원, △36.6%), 우리금융캐피탈(330억원, △15.4%), 우리종합금융(130억원, 62.5%) 등 비은행 계열사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우리은행마저 지난해 1분기보다 8.4% 감소한 순이익을 거두면서 그룹 전체 실적이 하락한 것.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실적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 경영진의 전략 부재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은 비즈(BIZ)프라임센터, 글로벌투자원(WON)센터, 동남아성장사업부 등 조직을 신설하며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주문했다. 조 행장은 이밖에도 새해 들어 KPI(핵심성과지표)를 대폭 개선했다. 이를 통해 기업금융과 개인금융 등 대출자산 확대를 통해  수익 증대를 꾀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경영진이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경쟁사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낸 것에 대해 책임론도 제기된다. 실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체제에서 발탁된 조병규 행장의 경영 리더십은 도전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은행이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올해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4대 금융 가운데 우리금융이  기준금리 인하시 예대마진 하락에 따른 충격이 가장 클  것이라는 우려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비은행 부문이 취약한 데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 또한 이자이익 비중이 90% 수준이다. 향후 금리인하에 따른 이자마진 축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비은행 기여도가 높은 다른 경쟁사에 비해 수익성이 악화할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한편, 우리금융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반전을 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최근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추진하는 동시에 롯데손해보험 인수의향서(LOI)도 제출하는 등 비은행 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한 만큼, 인수 시도가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앞서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CFO) 지난 26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롯데손보 인수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자본비율 이슈는 크게 걱정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결국 인수가격이 관건이겠지만 시장의 관심이 자본비율 상향 및 주주환원율 확대 등 온통 밸류업에 쏠려있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M&A를 통한 비은행 확대는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점에서 검토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인수가격 1.5조원을 가정시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 폭은 약 20bp 내외”라며 “오버페이하지 않는다면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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