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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령층 신용불량자 증가, 원인과 대책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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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의 연령대별 비중. 자료=서울회생법원

 

고금리·고물가로 가계부채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고령층이 전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대비가 부실한 고령층에게 상환 부담까지 더해진다면 노인빈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는 만큼, 잠재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88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6.7% 늘어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0.8%로 국민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으로도 가계 빚을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로 전월말 대비 0.04%포인트, 전년 동월말 대비 0.10%포인트 높아졌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2년 초까지 꾸준히 하락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주목할 부분은 경제활동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고령층의 가계부채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고령층 가계부채 잔액 비중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계부채 중 65세 이상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8.9%에서 지난해 11.3%로 2.4%포인트 증가했으며, 가계부채 평균잔액도 같은 기간 6800만원에서 8600만원으로 1800만원 늘어났다. 

 

그 뒤는 60~64세로 같은 기간 6.8%에서 9.1%로 2.3%포인트 증가했으며, 30세 미만(3%→4.2%), 30~34세 (7.9%→8.7%) 등의 순이었다. 그 외 연령대는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감소했다. 

 

박 연구위원은 “(2013~2023년 10년간) 모든 해에 걸쳐 65세 이상 차주의 평균잔액이 60~64세, 혹은 50~59세 그룹의 평균잔액보다 약 10%가량 작을 뿐,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라며 “이러한 사실은 생애주기에 따라 노년에 가까워지면서 부채 비중이 감소하기는 하지만, 은퇴 연령 이후 시기에도 가계부채가 충분히 상환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고령층 인구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이러한 차주가 누적되어 전체 부채에서 고령층의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60세 이상 차주의 총잔액 비중은 2013년 15.7%에 서 2023년 20.4%로 대폭 증가했다”라며 “고령층의 가계부채에 대해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고 관리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령층의 부채 리스크는 이미 통계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발표한 ‘2023년 개인도산 통계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 중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47.52%로 지난 2020년(39.11%) 대비 8.41%포인트 증가했다. 50대까지 더하면 76.96%(2020년 대비 4.28% 증가)로 파산 신청 4건 중 3건이 50세 이상 장년층에 해당한다.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진 경우도 고령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늘어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이스신용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 금융채무 불이행자 수는 2018년 81만978명에서 지난해 6월말 58만9540명으로 22만 1438명 줄어들었다. 하지만 60대 이상의 경우 같은 기간 10만7747명에서 11만5458명으로 7747명 증가했다. 전 연령대에서 금융채무 불이행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유독 고령층에서는 신용불량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러한 경향은 노후대비가 부실한 국내 사정과 겹쳐 심각한 사회적 위험으로 발전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가 “여유 있다”라고 답한 가구는 겨우 10.5%에 그쳤다. 가구주가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대비가 잘 되어 있다고 답한 경우도 7.9%에 불과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8월 전국 성인 5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보험소비자 행태조사’ 결과도 비슷한 사정을 보여준다. 해당 설문조사 결과,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안정적 소득이 없는 기간인 ‘소득 크레바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2.4%에 그쳤으며,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38.1%나 됐다. 소득 크레바스에 잘 대비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4.9%에 불과했으며, 당장 소득 크레바스를 눈앞에 뒀거나 겪고 있는 60대도 34%에 그쳤다. 

 

박춘성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부채는 자영업, 생계, 자산 기반 경제 활동 등 위험 정도가 다른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을 것이므로 상환 위험 여부를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60세 이후에는 은퇴 시기와 맞물려 소득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과 해당 연령층의 부채 비중이 지속 증가해 온 상황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우리나라의 빠른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고령층의 부채 비중이 계속해서 상승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고령층의 인구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주택시장 및 거시경제 상황과도 밀접히 연관될 것”이라며 “잠재적 위험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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