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4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4) 회의가 유의미한 진전 없이 종료됐다. 이제 공은 마지막 회의 개최국인 한국으로 넘어왔다.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한국정부에 강력한 선언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에서 벗어나기 위해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 주기에 걸친 규칙을 만드는 회의다. 2022년 첫 번째 회의를 시작으로, 현재 총 네 차례의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거쳤다. 마지막으로 예정된 회의 INC5는 한국 부산에서 11월 개최되고, 관련 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INC4가 지지부진하게 종료된 원인 중 하나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상반된 주장 때문이다. 특히 화석연료에서 추출하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PPP)’에 대한 조항에 대한 논의는 회의를 지연시켰다. 강력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국가는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입장이고 산유국 등은 ‘재활용을 포함해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주장이다.
얼마나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는지는 플라스틱 생산이 주 수익원인 석유 화학 업계가 협약 실효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참여토록 한 로비스트의 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따르면 INC4 회의에 196명의 석유 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해 로비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INC3에 143명의 석유 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한 것에 비해 37% 늘어난 수치다.
결국 각국은 자금 조달 메커니즘과 플라스틱 제품, 플라스틱 제품의 우려되는 화학 물질, 제품 디자인, 재사용성 및 재활용 가능성에 대한 회기 간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회원국들은 법률 초안 작성 그룹을 구성하여 본문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하고 본회의에 권고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회기 간 작업에서 업스트림(Upstream) 조치를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플라스틱 협약 초안에 추출 또는 생산 감축 조치를 포함시키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플라스틱의 핵심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스트림은 문제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방법으로, 한마디로 소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우호국 연합(HAC)에 속한 국가들이 올해 말 부산에서 개최될 INC5 전에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번 조약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과는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페루와 르완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 수준에서 40% 감축하자는 목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그린피스의 생산 감축 목표 75%와는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 제한을 합의하기 위한 첫 단추다”고 평가했다.
또한 ‘부산으로 가는 길(Bridge to Busan)’ 선언도 의미 있는 행보로 여겨지고 있다. 부산으로 가는 길은 1차 프라스틱 폴리머에 관한 선언으로 플라스틱 폴리머의 지속가능한 수준의 생산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 생산의 투명성, 지속가능한 생산에 관한 글로벌 목표에 동의하는 선언이다.
선언에 동의하면 지정된 수준에서의 생산 동결, 합의된 기준선에 대한 생산 감소 또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지속 불가능한 생산을 방지하기 위한 기타 합의된 제약이 포함될 수 있다. 선언에 동의한 나라들은 호주, 오스트리아, 프랑스, 필리핀 등 31개 나라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동의하고 있지 않은 상다.
우리 정부의 플라스틱 생산 감축 입장과 현 상황은 어떨까.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 순환 캠페이너는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현재 우리 정부의 플라스틱 정책은 다운스트림, 즉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플라스틱 감축을 위해선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 특히 추출이나 생산단계부터 감축이 있어야 한다. 이에 생산단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기를 촉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공은 부산으로 넘어왔다. 환경단체들은 마지막 회의 개최국인 한국 정부를 향해 영향력을 행사해주길 촉구하고 있다. INC4에 옵서버로 참여한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우호국 연합 소속 국가이자 마지막 회의의 개최국으로서 본 협상의 회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본 협약이 본래의 목적 안에서 강력한 협약이 성안 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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