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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온열질환 근로자 증가, '폭염법' 시행 시급하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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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폭염대비행동요령, 출처-행안부]

 

아직 4월인데도 전국이 30도 안팎의 낮 기온으로 덥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불볕더위로 인한 노동자 피해를 막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LO는 22일(현지시간) ‘기후변화 속 직장 내 안전 및 건강 대책 방안’ 보고서에서 전 세계 노동인구 34억 명 중 24억 명 이상의 근로자가 업무 중 폭염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폭염에 시달리는 근로자 비중은 70.9%로, 2000년의 65.5% 보다 약 5% 증가했다. 또한, 폭염으로 인해 연간 2000만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연간 1만8970명이 사망하고, 209만 명의 장애보정 손실수명

(DALY)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애보정 손실수명이란 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는 시간이 얼마인지 측정하는 것으로, 출생 직후부터 생존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존기간을 예측하는 기대수명과는 다른 지표다.

 

ILO는 노동자 16억 명이 작업 중 자외선에 노출되고, 연간 만 9천 명이 비흑색종 피부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ILO는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아래에서의 근로는 노동자 개인의 건강은 물론 보건 의료 체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폭염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는 노동자들을 점검하는 법을 만들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후변화 대처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0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ILO의 권고와 별개로 정부는 항상 폭염을 대비한 정책을 미리 준비하고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본격적인 폭염이 닥치기 전인 5월 경에 온열질환 예방 안내 등 ‘폭염 대비 근로자 건강보호 대책’을 시행해왔다.

 

사업주는 본격적인 폭염 전 사전 점검을 하고 예방대책을 수립하여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특히 실외작업장은 ‘물·그늘·휴식’ 원칙을 준수하고, 외부기온에 따라 실온의 영향을 받는 실내작업장은 작업장 내 일정 온도를 유지하고 작업자가 느끼는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한 주기적 환기를 적절히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중대재해법」도 온열질환을 포함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고열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체온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을 직업성 질병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할 경우 중대산업재해 대상이 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역시 ‘사업주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 우려가 있는 경우 근로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와 노동계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구체적이지 않아 근로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산업안전규칙에는 작업장의 ‘적정 온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휴게시설 설치나 물과 휴식시간 제공 정도만 명시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사진-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폭염 속 작업 중지’와 ‘휴게시간 의무화’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폐기될 예정이다. 일명 폭염법이라고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국회에서 발의되었던 것이지만 이번에도 역시 폐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 여러나라들 역시 폭염으로 인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노동성 산하의 직업안전 위생국(OSHA)은 2022년부터 건설 및 농업 등 실외에서 진행되는 작업이 많아 고온의 날씨에 취약한 고위험 산업에 대한 점검을 증가시키면서 근로자들이 위험한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작업하는 것에 대한 집행을 강화하고 있다.

 

OSHA는 고온 위험 경보를 사용하여 고용주, 근로자 및 기타 이해 관계자에게 안전 및 건강 위험에 대한 특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경보는 위험을 설명하고 위험 노출을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과 고용주가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권장 사항을 제공한다.

 

폭염을 경험한 유럽의 국가들도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ILO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극심한 폭염으로 최소 5명이 업무 중 사망했으며, 스페인은 2021년 환경미화원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이후, 폭염 기간 동안 일부 야외 작업은 금지했다. 그리스 또한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건설 및 배송 작업을 금지시켰다.

 

독일에선 한낮에 2시간가량 낮잠 휴식을 갖는 ‘시에스타’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가장 더울 때 쉬는 대신 아침과 저녁에 일을 더 하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근로시간 연장을 우려하는 여론의 반대에 도입되진 못했다. 

[사진-기후변화 속 직장 내 안전 및 건강 대책 방안, 출처-ILO]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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