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추세에 한국의 ‘슈링코노믹스’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코리아>는 슈링코노믹스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 살펴봤다.
슈링코노믹스는 줄어든다는 ‘슈링크(shrink)’와 경제 ‘이코노믹스(economics)’를 합친 말로 인구가 줄면서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감소되어 생산·소비·투자·고용 등 경제 전 분야가 축소되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정부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작년 11월 1일 기준 결혼 5년차 이하이며 초혼)가 낳은 자녀수는 2021년 0.66명에서 2022년 0.65명으로 0.01명 줄어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역대 최저다.
자녀가 없는 신혼부부도 46.4%로 전년(45.8%)보다 0.6%포인트 증가하며 2015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한국의 성장 엔진을 꺼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선진국들도 겪고 있는 현상이다. 하지만 현명하게 대응하여 극복한 나라들도 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 1.8명로 OECD 회원국 중 출산율 1위을 기록한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전체 가족의 21%가 자녀 수 3명 이상 다자녀 가구다.
프랑스는 가족의 합산 소득을 가족 수로 나눠 1인당 소득세를 매긴다. 외벌이 가구더라도, 배우자와 자녀들이 함께 번 것으로 인식한다. 본인과 배우자를 각 1명으로 계산하며, 자녀는 2명까지 0.5명, 세 명부터는 1명으로 계산한다.
연봉 1억5000만원 외벌이 4인 가구의 경우 소득을 3명이 나누어 번 것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 후 더한다. 소득이 개개인에게 배분되면 적용되는 과세표준이 줄어 세율이 하락하는 효과가 난다. 프랑스는 독신자에 세금을 부과하므로 같은 금액을 버는 독신자와 비교해 보았을 때 세금을 덜 내는 효과를 가져온다.
비혼(非婚)·동거를 통해 출산한 자녀도 예외가 아니다. 육아휴직부터 각종 수당까지 결혼 자녀와 같은 혜택을 준다. 그 결과 비혼을 통한 출산이 60%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저출산 대책의 성공의 이유를 1939년부터 약 85년간 강도높은 대책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점을 꼽는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명예교수는 프랑스를 성공사례로 꼽으며 “대통령과 여당이 바뀌어도 저출산 대책의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저출산·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일본은 출산율 1.27명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발표한 저출산 대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은 사회 전체의 ‘의식 개혁’을 중점 과제로 포함시켰다.
일본 정부는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어린이 패스트트랙은 국립박물관·공항·관공서 등을 이용할 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임산부는 기존 대기자보다 먼저 입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다.
도쿄 국립박물관의 경우, 어린이날이나 연휴 기간에는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매표소를 따로 운영하고, 현장 상황에 따라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시행한다. 어린이 동반 가족만 입장할 수 있는 날도 따로 있다. No Kids존이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행보다.
관공서나 공항 출입국장에도 어린이 패스트트랙을 운영한다. 도쿄를 시작으로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오카야마현 타카하시·신미시 등 지자체에서의 도입도 늘고 있다. 민간에서도 호응이 나오고 있다. 도쿄를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풋살팀 페스카도라 마치다는 지난 5월 개막전부터 미취학 아동과 그 동반자를 대상으로 패스트트랙을 운영한다.
지난 4월 신설된 어린이가정청은 기존 내각부와 후생노동성의 저출산·어린이 정책을 통합한 총리 직속 저출산 대응 컨트롤타워다.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가 이웃의 도움을 받는다는 느끼게 하고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나카하라 시게히토 저출산대책기획관은 “어린이에 친절한 사회를 우선 만들고 결혼부터 출산·육아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핀란드에선 지난 1월 남성 국방부 장관이 최초로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안티 카이코넨 전 국방부 장관은 생후 6개월인 둘째 아들을 돌보기 위해 두 달간의 육아휴직을 떠났다. 당시 현지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핀란드 뉴스통신사 STT는 지난해 12월 카이코넨 전 장관의 육아휴직 결정 소식을 전하며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핀란드 여성 장관이 육아휴직을 떠난 경우는 있었지만, 남성 장관으로선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단기 효과를 노린 현금 지급 대신 인프라 투자, 제도 개선 등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저출산 정책을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은 우리나라에서도 나온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하드웨어(시설·제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하드웨어를 넉넉히 품을 ‘소프트웨어(환경·문화)’를 갖추지 못하면 슈링코노믹스의 가속화를 늦추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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