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D현대, 고려아연, DB하이텍 등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행보가 활발하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는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HD현대 주식을 6만 주 넘게 매입했다.
HD현대는 7일 정 부회장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까지 3일간(근로자의날인 5월 1일 제외) HD현대 주식 6만7148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금액은 약 43억1800만원이다. 이에 정 부회장의 지분은 5.26%에서 5.35%로 0.09%포인트(P) 늘었다.
통상 국내 증시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상장되는 경우 모회사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이에 8일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최근 HD현대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정 부회장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매입이 정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을 키우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추가 주식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HD현대 관계자는 8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이 책임경영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주주들에 대해서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경우, HD현대 지주사 보유지분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져 HD현대 지주 주가의 부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배당금의 지급을 통해 HD현대 주주에게 이해를 공유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이러한 정책은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D현대의 해양 종합 솔루션 기업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8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첫날 강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날 1시 17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모가 8만3400원보다 76.14% 높은 14만6900원에 거래 중이다. HD현대 주가는 같은 시각 유가증권시장에서 3.73% 상승한 6만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016년 증가하는 선박 애프터마켓(A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독립법인으로 출범, ▲선박 AM ▲친환경 선박 개조 ▲선박 디지털 제어 및 플랫폼 ▲벙커링 등 선박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토털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상장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물류센터 구축 및 고도화 ▲국내 및 해외 항만 창고 확보 ▲선박 관리회사 인수 ▲클라우드 관리 체계 구축 ▲수리 조선소 네트워크 구축 등에 활용해 글로벌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을 선도하고, 디지털 솔루션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 할 계획이다.
앞서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달 25∼26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주 청약에서 25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25조원의 청약 증거금을 모았다. 이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 기록이다.
고려아연도 최근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열린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사주 1500억 원 규모 매입을 위한 신탁계약 체결 결정을 승인했다. 이는 시가총액의 약 1% 수준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에도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번 이사회에서 소각 조치를 최종 승인했다. 고려아연은 올해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매입한 자사주 중 944억 가량이 주주환원을 위해 소각에 활용될 예정이다. 주식 수는 20만5305주로 알려졌다. 일부는 내부 임직원 평가보상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내부 임직원들의 업무동기를 유발하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 추진을 위한 우수 인재 유치에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고려아연은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발표 이전에도 자발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을 수립하고 꾸준히 주주환원율을 높여 왔다”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 추진으로 인해 앞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재평가될 것”이라 말했다.
고려아연의 1500억 원 자사주 취득 공시와 관련해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8일 보고서를 통해 “배당 금액이 줄어들 수 있으나 시중에 나올 수 있는 주식 수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려아연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최대주주인 영풍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영풍은 이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시 뒤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현재 경영진의 지분율 확대 및 우호지분 확보 수단으로 사용될 우려가 다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각 비율, 임직원 지급 대상과 규모, 지급 기준 및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은 이사회 또는 소위원회가 임의로 정하게 될 것이므로 특정 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남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DB하이텍은 지난 7일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DB하이텍의 자사주 취득은 지난해 3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의결 이후 1년여 만이다.
앞서 DB하이텍은 지난 12월 주주친화 정책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이 담긴 ‘경영 혁신 계획’을 발표하고, 자사주 비중을6%에서 중장기 15%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취득으로 DB하이텍의 자기주식 지분율은 기존 6.14%에서 7.14%로 증가되며, 신탁계약 방식을 통해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DB하이텍은 자사주 매입 이외에도 배당성향을 10% 이상 유지해 지난해 말 약속한 대로 주주환원율을 30%대로 준수해 나갈 방침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향후에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성실히 이행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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