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 패권을 두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업계 1~2위가 앞다퉈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투자자 유입이 늘어나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과 과도한 수수료 경쟁이 자칫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9일 ‘TIGER 1년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상장지수펀드)’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상장된 전체 ETF 중 최저 수준이다. 해당 ETF에 1억원을 투자해도 연간 수수료가 1만원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이 상품은 국내 최초 양도성예금증서(CD) 1년물 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ETF다. CD 1년물 금리를 일할 계산해 매일 복리로 반영하며, 기간이나 조건 없이 단 하루만 투자해도 CD 1년물 하루 금리를 수익으로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운용은 이번 수수료 인하로 투자자의 기대 수익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형 ETF와 달리 기대 수익의 변동성이 낮은 금리형 ETF의 특성 상 보수 등 기타 비용이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기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금리형 ETF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이번 보수 인하로 고금리 시기에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1년물 CD ETF는 대형사 2곳만 가지고 있어 중소형 운용사와는 경쟁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래에셋운용이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ETF 시장을 둘러싼 업계 1~2위간의 경쟁도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삼성자산운용은 미국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나스닥 등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 4종의 운용보수를 지난달 19일부터 기존 연 0.05%에서 연 0.0099%로 인하한 바 있다. 미래에셋운용도 이번에 수수료를 0.01% 이하로 낮춘 것은 ETF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맞불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 간의 ETF 점유율 격차는 최근 들어 상당히 좁혀졌다. 미래에셋생명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지난 수년간 ETF 시장 부동의 1위였던 삼성을 바짝 뒤쫓고 있기 때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2020년 말 13조1686억원에서 이달 8일 52조432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삼성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27조506억원에서 55조8288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지만, 미래에셋운용의 성장세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지난 2020년 말 26.7%포인트였던 양 사간의 점유율 차이는 지난해 말 3.4%까지 축소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각각 39.2% 36.5%로 현재 점유율 차이는 2.7%포인트에 불과하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ETF 시장 경쟁에 힘을 쏟는 이유는 국내 ETF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지난 2002년 국내 도입 후 2021년까지 연평균 33%의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세계 ETF 시장 성장 속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국내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ETF 시장도 더욱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19년 말 51조7123억원이었던 국내 ETF 시장 규모는 이달 8일 142조575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불어났다. 공모펀드 시장 성장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ETF 시장이 유독 눈에 띄는 성장 속도를 보이는 만큼, ETF는 자산운용사들의 격전지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계 1위 쟁탈전이 불러온 수수료 인하 경쟁이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수료 인하에만 집중할 경우 상품의 질과 다양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업계 1~2위의 경쟁으로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지만, 재원이 부족한 중소형사는 더욱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반면, 업계 1~2위의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ETF 투자 문턱이 낮아지만 투자자 유입이 늘어나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운용업계가 나눌 파이가 커질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 간의 1위 경쟁이 ETF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OOO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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