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쿠팡의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60%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 익스프레스·테무 등의 공격적인 공세에 한국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사인 쿠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실적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4000만 달러(약 531억 원·분기 평균 환율 1328.45원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1억677만 달러)와 비교하면 61% 감소한 액수다. 쿠팡의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해 2400만 달러(약 319억 원)을 기록했다. 쿠팡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202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시장 전망을 크게 밑도는 실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에 뉴욕증시 장 마감 이후 이뤄진 실적 발표 직후 쿠팡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6~7% 하락하기도 했다.
앞서 JP모건은 쿠팡 1분기 영업이익을 약 2060억 원, 당기순이익은 약 1380억 원으로 전망했다.
반면 쿠팡의 1분기 매출은 71억1400만 달러(약 9조450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3990억 원)과 비교해 28% 늘었다.
쿠팡이 분기 매출 9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핵심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매출은 64억9400만 달러(약 8조 6269억 원)로 20% 가량 늘었다.
올해 처음 실적에 반영된 명품 플랫폼 파페치와 쿠팡이츠·타이완 사업 등 성장사업 매출은 6억2000만 달러(약 823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4천00만 달러·약 1813억 원)의 4.5배로 늘었다. 이는 2억8800만 달러(약 3825억 원)에 달하는 파페치 매출 합산 효과다.
다만 손실 규모는 커졌다. 성장사업의 조정 기준 세금과 이자,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적자는 1억8600만 달러(약 2470억 원)로 4배가량 확대됐다. 파페치의 EBITDA 손실액은 3100만 달러(약 411억 원)였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를 뜻하는 '활성 고객 수'는 2150만 명으로 지난해(1860만 명)보다 16% 늘었다.
이는 쿠팡이츠만 쓰는 고객을 제외한 프로덕트 커머스 기준이다. 프로덕트 커머스 기준 활성 고객 1인당 매출도 315달러(약 41만 8460원)로 3% 증가했다.
여전한 성장세를 자랑했지만 수익성이 다소 흔들리는 모습으로 명암을 드러낸 셈이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실적에 파페치 인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고가 패션 상품을 파는 온라인 플랫폼인 파페치를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적자가 실적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알리,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의 공세 속에 투자를 늘린 부분도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치열해진 경쟁은 앞으로도 국내 유통업체들의 실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를 늘리거나 가격을 내리는 경우 영업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이날 실적발표에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업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다른 어떤 산업보다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면서 지속적인 투자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상품·물류 등에 대한 투자를 늘려 중국 이커머스 공세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한국산 제품 판매액을 지난해 130억 달러에서 올해 16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한다. 또 무료 배송·반품, 할인쿠폰 제공 등 와우 멤버십 혜택 규모도 지난해 30억 달러에서 올해 40억 달러로 늘려 충성 고객을 묶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MAU(월간 활성 이용자수)는 매우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며 현재 쿠팡 이하 국내 2~3위권”이라면서 “향후 1~2년 뒤 MAU가 어느 수준까지 올라올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짚었다.
다만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고객 락인(lock-in, 자물쇠) 효과가 큰 와우 멤버십과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통해 최고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쿠팡은 지난 4월 12일 와우 멤버십 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 연구원은 “2023년 말 월 회비 4990원을 내는 와우 회원이 1400만 명인데 이는 회비 수입만 연간 약 8380억 원에 달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쿠팡은 회비 인상 직후 2022년 3분기 부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으며 여기에 멤버십 인상 효과가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회비를 7890원으로 인상함에 따라 회비 인상 초기 회원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가격 인상에 따른 초기 이탈을 고려하더라도 쿠팡 입장에서는 인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당장 해지율 36.65% 수준까지는 가격 인상이 실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회비는 비용을 수반하지 않는 매출이라는 점에서 당장 마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지난 2022년 3분기 실적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료 멤버십은 회원 입장에서 회비 이상의 효용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만드는 장치. 그리고 이는 이탈을 막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 연구원은 “국내 경쟁사들이 앞 다퉈 멤버십을 출시하고 있지만 회비가 비싸고 저렴하고 여부보다 효용 혹은 혜택이 큰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탈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국 커머스 공세 투자 재원 및 회원 lock-in의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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