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새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눈길을 돌려 쏠쏠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은행의 지역별 해외진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여년간 국내 은행의 해외자산 규모는 약 9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의 해외자산 규모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1997년 567억 달러에서 2001년 226억 달러로 급감했다. 하지만 이후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지난 2022년 기준 2031억 달러로 21년 만에 9배나 성장했다.
점포 수 또한 마찬가지다. 1997년 257개였던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2002년 103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으나, 이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2022년 기준 207개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현지법인 수도 27개에서 61개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권이 이처럼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수익 다변화를 통해 지속적이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수년간의 고금리로 ‘이자 장사’ 논란을 빚어온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예대마진 공시 및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전망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DLF·라임펀드·홍콩ELS(주가연계증권) 등 각종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수익 확대를 위한 운신의 폭도 좁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은행들은 해외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아 수익 구조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위기를 타개하려 애쓰고 있다. 실제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해외 수익은 최근 들어 급격하기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4대 은행이 해외법인에서 거둬들인 순이익은 7117억원으로 전년(1634억원)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이 4824억원으로 전년(4279억원) 대비 13%나 증가했는데, 이는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한은행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에서 전년 대비 18% 늘어난 2328억원의 순익을 거뒀고, 일본 법인인 SBJ은행도 12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일본과 베트남 두 곳에서만 해외 수익의 4분의 3을 거둔 셈이다. 여기에 카자흐스탄 법인도 전년 동기(94억원) 대비 7배 늘어난 68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미국 법인의 손실(267억원)을 상쇄했다.
성장세로만 보면 하나은행이 눈에 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해외법인에서 거둔 순이익은 1129억원으로 전년(71억원) 대비 무려 16배 가까이 급증했다. 2022년 972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중국 법인이 지난해 4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고, 미국(157억원), 러시아(155억원), 독일(99억원), 브라질(34억원), 멕시코(34억원) 등도 고르게 실적이 개선됐다.
국민은행은 아직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손실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당기순손실은 1114억원으로 전년(5580억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국민은행 글로벌 실적을 끌어내리고 있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의 적자가 같은 기간 8021억원에서 2613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중국 법인이 코로나19 봉쇄 해제 덕분에 303억원의 흑자를 거둔 것도 힘이 됐다.
다만 우리은행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해외법인 실적이 악화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해외법인 11곳이 거둬들인 순이익은 2279억원으로 전년(2883억원) 대비 21% 감소했다. 이익 규모로는 4대 은행 중 두 번째로 컸으나 성장세는 한 풀 꺾인 셈이다. 캄보디아 법인 순이익이 252억원으로 57.9%나 감소했고, 인도네시아(602억원)와 베트남 법인(596억원)도 각각 11.9%, 5.6% 줄어드는 등 동남아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성적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홍콩우리투자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99억원에서 146억원으로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성장 잠재력을 보였다.
한편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지정학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는 만큼, 진출지역을 다변화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실제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진출이 비교적 골고루 분산된 은행이 상대적으로 해외 이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안정적인 수익성을 위해 동남아와 같은 개도국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의 해외사업 유지도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라며 “향후 은행을 비롯한 여타 금융회사들도 신규 혹은 추가 진출지역 선정 시 지역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참고하여 지역별 진출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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