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의 시작을 알려주던 벚나무, 진달래, 개나리 등 봄꽃이 지나가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작년 여름의 무더운 날씨는 최근 기후변화로 뜨거워진 지구를 우리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기후변화로 높아진 지구는 광활한 바다의 수온을 높이면서 파도를 막아주고,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바다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호초(coral reef)를 위협하고 있다.
2019년 지구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산호초의 50%가 쇠퇴하고 있으며 10년 이내에 14%의 산호초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였다. 육지의 산림을 보호하는 것만큼이나 바다의 숲 산호초를 보호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산호초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문득 필자가 대학생 시절 수목학에서 배운 나무가 생각난다. 바로 오늘 소개할 산초나무이다.
산초나무라는 이름은 산초(山椒)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키가 작은 관목으로 손톱만한 작은 잎이 수십장 모여 달린 모양이 귀여운 나무이다. 그러나 나무를 함부로 만졌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나무의 가지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있기 때문이다. 가을에는 수십개의 작은 꽃이 모여있는 꽃송이에 열매가 달린다. 열매는 익으면서 안에 있는 검은색 씨가 밖으로 튀어나와 달리는데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산초나무의 열매는 매력적인 모습 뿐만아니라 특유의 알싸한 향기로 향신료로도 활용된다. 알싸한 향기는 나무의 잎에도 담겨 있는데 산초나무의 어린순을 나물로 이용하기도 한다.
산초나무와 유사하면서 우리나라의 남부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초피나무가 있다. 초피나무라는 이름은 다른 이름인 ‘조피나무’ 또는 ‘제피나무’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초피나무도 산초나무와 마찬가지로 알싸한 열매와 어린순을 먹거리로 이용한다.
초피나무의 종자는 제피가루라고도 하며 민물고기 요리의 비린내를 없애는 향신료로서 오랜 옛날부터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물론 앞서 소개한 산초나무의 종자도 동일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추어탕을 먹을 때 식탁에 올려진 독특한 향이나는 향신료가 바로 이들 나무의 종자를 이용한 것이다. 꽃이 없으면 산초나무와 초피나무의 모습이 매우 비슷해서 헷갈리기 쉽다.
필자는 수목학을 공부하던 시절 나무 줄기의 가시 배열을 가지고 ‘산호초대’라는 이름으로 암기했던 기억이 난다. 즉 산초나무는 호생(어긋나기), 초피나무는 대생(마주나기)라는 뜻이다.
산초나무, 초피나무와 더불어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나무로 왕초피나무가 있다. 왕초피나무라는 이름은 초피나무에 비해 크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초피나무와 마찬가지로 가시가 마주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작은 잎의 크기가 초피나무에 비해 2배 정도 크며, 특히 줄기의 가시를 보면 가늘고 뾰족한 산초나무와 달리 왕초피나무는 장미가시처럼 밑부분이 두툼한 억센 모습을 하고 있다.
산초나무, 초피나무, 왕초피나무는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향신료로 알싸한 향기가 매력적인 우리나무이다. 그 중 우리나라 전국에서 재배가 가능하고 종자가 많이 달리는 산초나무는 종자에서 짠 기름이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높고 소염진통, 항균작용 등 약리작용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는 5월, 햇살이 비치는 숲속 둘레길에서 산초나무 3형제를 만난다면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정성어린 응원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필자소개]
임효인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정보연구과
임효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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