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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국발 '경쟁사 이직 제한 금지' 논란, 한국과 다른 점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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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최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노동자의 동종 업계 이직이나 창업을 제한하는 근로계약(비경쟁 계약)을 금지하는 규칙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결정이 일으킬 변화에 주목하며, 미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물론 향후 국제정세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위해 논의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나온다. 

 

FTC의 새 규칙은 미국 내 고용주와 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쓸 때 동종업계 이직 및 창업을 금지하는 등의 비경쟁 조항을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미 해당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을 노동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업금지 제한 규칙은 2024년 5월 7일 연방 관보에 게재된 후, 120일 이후인 2024년 9월 4일 발효될 예정이다.

 

FTC가 이러한 규칙을 도입하게 된 까닭은 미국이 우리나라와는 달리 핵심 기술 산업은 물론 미용, 의료 등 산업 전반에 비경쟁 계약이 사용되는 데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지금 미국은 햄버거 가게 계산대 직원이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햄버거 가게로 이직해 같은 일을 하려는 것도 하지 못하게 한다”라며 “비경쟁 계약을 금지하겠다”라고 공언했다. 

 

다만, 연간 15만1164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2억원 이상을 받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고위급 임원과 사업체를 양도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FTC는 새로운 규칙의 도입으로 일자리 3000만 개가 신규 창출되고,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연 524달러가량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비경쟁 계약은 개인의 자유로운 이직을 제한하고, 임금을 낮추며, 혁신을 저해한다”고 규정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규칙이 제때에 발효될 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산업계에서 경업금지 제한규칙으로 인한 기업의 위험이 크다며 규칙을 철회해 달라는 요청이 많은 까닭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경업금지 계약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를 제외한 모든 주법에 저촉된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FTC가 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경쟁방법’에 대해 소를 제기할 권한은 있지만 광범위한 규제의 성격을 가진 규칙 등을 제정할 권한은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에 설문조사 결과, 과반이 넘는 미국의 중소기업들은 FTC의 이번 조치에 대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중소기업 비영리단체인 스몰비즈니스메이저리티(Small Business Majority)는 FTC의 경업금지 제한규칙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312개의 중소기업 중 5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FTC의 규칙을 지지하고 있고, 14%만 반대했다. 130개가 넘는 중소기업들이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이들 중 약 90여개의 회사들은 비밀유지 계약만으로도 영업비밀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업금지의무와 관련된 내용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도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의 ‘주주간 계약상 경업금지의무’와 관련한 갈등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 FTC의 경업금지 제한규칙과 같은 사례는 처음이다. 그러나 경업금지 계약을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경쟁법적 위반행위로 보는 시선은 점차 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현황파악과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 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최은진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보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유럽의 경우, 지난해 경쟁정책 안건으로 근로자 보호의 측면에서 ‘스카우트 금지 계약’에 대한 경쟁법적 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라며 “이에 유럽은 최근 미국의 경업금지 조치에 대한 향방을 주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조사관보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의 조건 등이 미국과 달라 경업금지 제한제도의 도입은 고용주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먼저 경업금지 계약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경쟁법적 측면에서 경업금지 제한제도의 도입 여부 및 도입 시 규율 방향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캘리포니아의 경우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 주법으로 경업금지 계약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처가 노동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로 인한 지식의 확산효과를 통해 혁신을 촉진하여 소위 M7으로 불리는 빅테크기업을 성장시켜 온 반면, 최근 혁신 기술 보유의 경쟁에 따른 인력 및 기술 유출 문제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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