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수 신부 "경계선 지능 청년은 우리 시대의 사각지대, 따뜻한 관심 필요해"

지난 3월 대학로에 청년밥상문간이 문을 열었다. 청년밥상문간은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이 하는 사업 중 하나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식사를 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든든한 한끼를 제공하고 있다. 정릉점을 시작으로 이화여자대학교점, 낙성대점, 제주점에 이어 5번째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이고 가격은 3000원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3월 기준 김치찌개 백반의 경우 평균 가격이 8,038원이다. 청년밥상문간에서는 약 2.7배가량 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밥상문간 대학로점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바로 슬로우점이다. 슬로우점은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과 함께 하고 있다. 경계선 지적 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0~85 사이에 있고, 생활과 학습 등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느린학습자라고도 불린다. 대부분 어릴 때 학교나 일상생활에서 적응을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며, 성인이 된 이후에는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고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전 인구의 13.6% 정도를 차지한다고 알려진다.
<이코리아>는 10일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을 방문해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인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 청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청년문간 슬로우 점을 열게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작년 1월에 이 경계선 지능인 청년을 자녀로 두신 부모님께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청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신부님과 이런 식당이 있다라는 얘기를 전해 들으시고 찾아오셨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들을 통해서 경계선 지능인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경계선 지능인들이 학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는 데 있어서 사실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는 것, 그러나 법적으로는 비장애인이라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고 당사자들이나 가족들이 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이분들이 우리 시대의 사각지대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고, 결정적으로 어머님께서 “우리가 이 사회에 많은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겐 봉사할 기회마저 간절하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좀 많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저희 식당에 언제든지 와서 봉사하세요”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그분들과 헤어진 다음 내부적으로 회의를 통해 ‘준비하고 있던 대학로점을 경계선 지능인 청년들이 일하는 식당으로 만들어보자’라고 뜻을 모았습니다. 준비과정에서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선생님과 같이 협력해서 준비하게 됐습니다.
◇ 슬로우점과 다른 지점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 슬로우 점을 준비할 때부터 저희 다른 임직원들도 경계선 지능인 분들의 특징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 일하게 될 청년들을 직접적으로 담당하게 될 점장님도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해서 채용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청년밥상문간과 달리 슬로우 지점은 가스버너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경계선 지능인 분들의 특징이 불을 무서워한다고 해요. 그래서 처음부터 주방은 물론 식당 전체를 인덕션을 설치해서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두렵거나 위험하지 않은 환경을 갖추었습니다. 만약에 기존의 다른 청년밥상문간 식당들이 경계성 지능 청년들이 일하는 곳으로 변화된다면 이 설비들을 바꿀 생각입니다.
또 다른 청년밥상문간은 주방에 점장님이 계시고 주방 보조가 한 분 계시고 그다음에 홀 담당하는 아르바이트 청년이 있는 3명 기본 구성인데, 점장님 외 경계선 지능 청년 3명이 일을 하도록 해 4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총 10명의 청년들을 고용을 했는데, 10명의 청년들이 제각각 상황이 달라서, 양호한 청년은 일주일에 5일을 일하기도 하고, 어떤 청년은 4일 3일 2일 이런 식으로 각 청년들의 특성에 따라서 근무 시간을 다르게 하고 있습니다.
◇ 다른 지점의 경우, 청년문간 홈페이지를 통해 봉사활동자를 모집하시던데 슬로우점은 봉사 모집 지점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 슬로우점도 역시 봉사자분들을 모집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가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기존 다른 지점에서 일하시는 봉사자분들 중에 단순히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여기 청년들을 대할 때 조심스러운 면이 있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실 만한 분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 이제 문을 연지 한달 정도 됐는데, 오고가는 사람이 많은 대학로이니 만큼 찾으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직원분들이 힘들어 하지는 않으신가요?
- 지금 한 달 정도 되면서 처음보다 이제 손님들이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매출이 40만 원대면 하루에 100명이 넘게 오신 거거든요. 슬로우 점의 경우, 평일 매출이 40~60만 원 정도니 많게는 거의 200명 사이의 손님들이 오신 거니까 많은 편이죠.
다른 곳보다 청년들이 더 많이 배정돼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다는 손님들이 늘어서 가끔 청년들이 힘들어한다라는 의견이 점차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에 손님들이 더 많았을 때, 청년들이 그거를 감당해 낼 수 있는지를 상황을 좀 보고, 일하는 사람을 더 배치한다든지 아니면 하루에 오는 손님 수를 제한한다든지 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앞으로 슬로우점 같은 식당을 더 늘리실 계획은 있으신가요?
- 예, 슬로우점이 잘 안착된다면 얼마든지 가능성 있다고 보입니다. 여기를 준비하기까지 약 1년여의 시간을 들여 꼼꼼히 준비했는데, 그래도 과정중에 여러가지 시행착오들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한 과정들이 모여 자신감이 쌓여가면,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식당이나 아니면 기존에 있는 식당들을 경계선 지능의 청년들이 일하는 식당으로 전환할, 그런 용기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슬로우점을 찾는 손님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 슬로우 점을 통해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지만 경계선 지능인 분들이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이미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라고 좀 인식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특히 슬로우점에 오시게 되면 여기서 일하는 우리 청년들을 조금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조재현 청년에게는 슬로우점이 첫 직장이다.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조 씨는 “손님을 응대하는 것이 어렵진 않지만, 많은 손님이 와서 몸이 고단하다”라며 “그래도 친구들과 직원들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임예찬 청년은 부모님에게 독립한 생활을 하고 있다. 임 씨는 작년부터는 부모에게 돈을 받지 않고 직접 돈을 벌면서 생활한다고 말한다. 슬로우점에 취직하기 전에 다른 곳에서도 일해본 경력이 있다고 했다. 임 씨는 “이곳을 찾아오시는 손님들과 일하시는 사람들도 내가 느린학습자인 것을 다 같이 알고 있으니까, 나도 조급한 마음이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10일은 임 씨의 월급날이었다. 임씨는 “독립해서 자취를 하고 있으니, 월급으로 일단 월세를 내야 하고, 그다음 운동할 때 워치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어, 구매하려고 생각 중에 있어요.”라고 말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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