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생태계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군소 언론 및 지역 언론이 소외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거대 포털의 뉴스검색 정책 변경 논란으로 지역 매체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뉴스를 접하는 경로는 온라인(소셜미디어 포함 79%)이었다. 반면 ‘종이신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016년 28%에서 지난해 15%로 13%포인트나 감소했는데, 이는 뉴스 유통구조가 완전히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한국의 디지털 뉴스 소비가 다른 국가에 비해 지나치게 포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한 주간 뉴스를 접한 주된 경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국의 경우 검색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6%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조사대상 46개국 평균(34%)보다 32%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반면 뉴스 웹사이트 및 앱에 직접 접속한다는 응답자는 6%에 불과했는데, 이는 46개국 평균인 22%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포털사이트 중심으로 뉴스가 유통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지역 언론의 위기의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정 지역 현안에 관한 기사를 주로 생산하는 지역매체의 경우, 중앙지에 비해 포털사이트에 자주 노출되지 못해 뉴스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포털뉴스 시대, 지역신문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포털 중심의 뉴스 이용 환경에서 지역신문의 대표적 어려움은 기사 노출 감소에 따른 경영 악화”라며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인 에어스(AiRS)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본 뉴스’, ‘언론사들이 많이 쓴 뉴스’를 주요 뉴스로 인지해 더 널리 확산하는 경향이 있어 지역 언론 고유의 뉴스일수록 주목받을 확률은 낮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카카오가 다음 뉴스검색 서비스의 기본값에서 컨텐츠 제휴사(CP) 이외의 언론사 기사를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지역언론이 생산한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실제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는 지난해 11월 성명을 내고 “CP사 대부분은 서울에 소재한 중앙언론인 상황에서 CP사를 검색 기본값으로 노출하도록 뉴스검색 기능을 변경함으로서, 다수의 지역언론은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됐다”라며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는 폭거이자,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의 입헌 민주제를 부정하는 행위이며,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는 쿠데타이자,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이어 “서울 바깥에 거주하는 전국 지역 주민들은 포털에서 ‘우리 지역, 우리 동네 목소리’를 실은 뉴스를 점점 더 접하기 어렵도록 ‘다음’이 언론시장을 부익부 빈익빈의 기형적 구조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며 “포털 뉴스 서비스 정책은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는데 기여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포털 중심의 뉴스유통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인터넷매체 수가 급증해 지역언론을 둘러싼 경쟁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역신문(종이신문) 수는 2020년 678개에서 2022년 663개로 소폭 감소했으나, 인터넷매체 수는 같은 기간 3594개에서 4322개로 728개(20.3%)나 늘어났다.
입법조사처는 “디지털 플랫폼 중심의 미디어 경쟁 환경에서 인터넷신문 증가로 인한 지역신문의 양적성장은 위기 요인이 될 수 있다”라며 “과도한 신문사의 증가는 독자 확보와 광고 시장에서 경쟁을 심화시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기사 품질은 저하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털 중심의 언론생태계에서 지역매체가 직면한 위기를 방치한다면, 지역매체가 담당하고 있는 순기능이 사라지고 지역민의 알 권리가 훼손될 수 있다. 입법조사처는 “지역신문이 지역의 정치, 행정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취재를 통해 지방 정부를 감시하고 건전한 지역 여론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라며 “지역 뉴스의 소외는 뉴스 소비자들인 지역민들의 뉴스 선택권은 물론 지역민의 정치 참여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지역매체의 생존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중장기적 목표 없이 일부 비용을 보조해주는데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3년 단위로 지역신문발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는 7기 계획이 진행 중이다. 계획 자체는 3년 단위로 짜여지지만 사업은 단년으로 진행되 중장기적 목표를 달성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올해와 내년 예산은 각각 83억원 수준으로 1기(2005~2007년, 618억원)의 연평균 예산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내년 예산 중 지역언론의 디지털뉴스 유통구조 개선 관련 예산은 25억9000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31.4%에 불과하며 그나마 디지털 장비 임대(16억5000만원) 등에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지역신문 지원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지원 ▲지역신문 수요자 요구를 반영한 중장기 사업 도입 ▲간접지원에서 직접지원으로 지원방식 변경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포털사이트에서 지역언론의 노출을 강화하기 위해 위치정보 수집에 동의한 사용자에 한하여 별도 섹션을 구성해 지역뉴스를 우선 배열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위치정보에 따라 지역신문·방송의 기사를 일정 비율 이상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한편, 보고서를 작성한 김재주 입법조사관은 “정부는 지역의 언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신문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지역신문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따른 지역신문 활성화를 위해 법·제도를 마련하는 등 혁신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조사관은 이어 “정부의 지원 정책 외에 이용자 기반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등 지역신문사의 자생적 노력도 요구된다”라며 “지역신문사들의 최신 디지털 기술 지원을 위해 민간 기관들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 언론인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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