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최다배출국 중국이 탄소포집기술 특허에서 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닛케이아시아의 지난 1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탄소포집 기술 특허는 2000년부터 2024년 2월까지 1만191건이 등록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은 3574개의 특허를 출원해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파악됐다.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은 화석연료 사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열쇠라고 알려져 왔다. 다양한 국가의 기업들이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2028년 세계 시장은 2021년보다 6.5배 큰 152억400만 달러(약 20조7645억 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번 조사 결과를 위해 2000년부터 2024년 2월까지 주요 국가에서 특허를 부여받거나 획득한 특허를 미쓰이 글로벌전략연구소와 협력하여 분석했다.
중국 기업 및 연구기관이 보유한 해당 분야의 총 특허는 2015년 대비 4배 증가한 1만191건으로 전 세계 총 특허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특허 품질도 경쟁사 등으로부터 받는 관심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의 품질 격차를 빠르게 해소하고 있다.
중국 기업과 연구소는 CO2 분리, 화학물질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탄화수소로의 전환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기술 역량을 발전시켰다.
중국과학원과 중국석유화학공사(Sinopec·시노펙)도 연구소와 기업의 특허 수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과학원은 이산화탄소를 메탄 등의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에 탁월하다. 시노펙은 지난해 유전 지하에 연간 10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 특허는 총 3574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엑손 모빌, 산업용 가스 공급업체인 에어 프로덕츠, 제너럴 일렉트릭 등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다. 엑손 모빌은 이산화탄소 분리 및 저장 기술에 강점이 있으며, 미쓰비시 중공업과 함께 차세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2977개로 3위를 차지했다.
중국은 탈탄소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에 전념하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외에도 이미 태양광 패널과 풍력 발전 장비의 세계 최고 생산국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획득하고, 국내 기업들과 함께 원료부터 핵심 부품에 이르기까지 공급망 전반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이산화탄소 포집에서도 주도하기 시작해 중국이 탈탄소화 분야 전반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딜로이트 토마츠 그룹의 파트너 기무라 마사유키는 닛케이 측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기업들이 온실가스의 구체적인 2030년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탈탄소화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활용하는 기술은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해 ‘제6차 기후변화 평가 종합 보고서’를 통해 2040년 이전에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CC 분석에 따르면 1.5도씨 증가에 머물기 위해서는 2100년까지 최대 1조 2180억 톤의 탄소를 CCUS로 처리해야 한다. 결국 해당 분야를 선점하는 것은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 미래 기후변화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의미다. 이에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기술 투자기업에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 확대 중이다.
그렇다면 한국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CCUS의 2030년 감축목표를 기존 1040만 톤에서 1120만 톤으로 80만 톤 확대했다. 2030년까지 누적으로는 1680만 톤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라 CCUS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발표한 ‘국내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현황과 과제’보고서를 통해 “현재 세계 주요국들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주요 핵심기술로 CCUS에 주목하고 있다”며 “해외 탄소 저장소 확보와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CCUS 설비 설치 등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의 지원을 강화했다. CCS의 경우 탄소 1톤당 85불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캐나다도 CCS 투자비의 50%, 대기 중에서 직접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인 DAC(Direct Air Capture) 투자비의 60%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준다.
보고서는 “반면 우리는 CCS는 산업부, CCUS는 과기부에서 담당하는 등 아직 CCUS 관련 정책 지원을 총괄하는 책임부처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국가 목표와 계획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는 탄소중립 수단에 대한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본격적인 이행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삼성·SK·GS·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도 해외 탄소 저장소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6개 회사와 협력해 말레이시아에 2027년부터 연 200만 톤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 E&S는 호주와 동티모르에서 2030년 기준 연 300만 톤 규모의 CCS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높은 CCUS 비용도 문제다. 국내 저장소가 부족한 만큼 탄소를 수출하기 위한 수송비용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CCUS 비용은 탄소 1톤 당 150불 수준이다.
유종민 홍익대학교 교수는 “국내 선도기업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CCUS 추진을 준비하고 있지만 미국, 호주 등 탄소 저장소가 확보된 CCUS 최적조건보다 기술 적용 단가가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라며 “정부가 탄소차액계약제도, 세제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탄소중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탄소차액계약제도(Carbon Contracts for Differences, CCfD)는 정부가 기업에게 일정기간 고정된 탄소 가격 보장해 탄소중립 기술투자 불확실성 줄여주는 제도로 환경부는 올해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해 해당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국가 목표와 계획이 확정된 만큼 앞으로는 탄소중립 수단에 대한 개발과 상용화를 통해 본격적인 이행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유럽, 미국과 같이 탄소중립 기술과 산업을 명확히 지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가지 국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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