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과 LG의 부품회사들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대비해 차량용 부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이 불황을 겪으면서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들이 어려운 한 해를 보냈는데,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기는 전기차·ADAS 시장의 성장에 발맞춰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육성에 공들이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은 전장용 MLCC 매출 1조 달성 목표를 세웠다고 밝힌 바 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 가전제품,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는 대부분 사용된다.
제품 크기는 머리카락보다 얇아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최신 스마트폰엔 1000여개, 전기차는 1만8000개~2만개 정도가 들어간다.
차량용 MLCC는 IT제품 대비 개발 기간이 약 3배 정도 길게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격도 기존 IT용보다 3배 이상 비싸다. 500ml짜리 와인잔을 가득 채우면 약 3억 원의 가치를 가진 고부가 부품이다.
김위헌 삼성전기 MLCC제품개발팀 상무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테크세미나에서 MLCC를 '고속도로'에 비유하며 “반도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신호를 주는 것이 MLCC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MLCC는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로봇, 네트워크 서버 등에 채용되고 있는데 앞으로 제품을 더 고도화해 휴머노이드, 우주항공 쪽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인 TSR에 따르면 전장 MLCC 시장은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에는 9조5000억 원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성장률은 2024년에도 두 자릿수의 고성장이 전망되며,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도 내연기관 대비 MLCC 소요원수가 최대 2배 수준이므로, 전장용 MLCC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ADAS의 보급률도 지속 증가하면서, 올해에는 레벨 2이상 적용 비율이 4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어, 전장용 MLCC 시장의 고성장 전망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LCC 핵심 기술인 원재료를 직접 개발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업체는 극히 소수다. 삼성전기는 최근 부산사업장에 전장 전용 원재료 공장을 신축해 2020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장용 MLCC는 자동차 전자부품 신뢰성 시험 규격인 AEC-Q200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품질과 제조 기준을 가지고 있고, 각 거래선 별 엄격한 검증을 통과해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회사가 보유한 소재 기술 및 공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용량 제품, 휨강도, 고온, 고압 등을 보증하는 전장용 제품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2020년 자동차 파워트레인용(동력전달계) 3종과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MLCC 2종을 개발했고, 2021년에는 ADAS용 MLCC 2종을 개발했다. 뒤이어 2022년에는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 13종 확대, 2024년에는 16V급 세계 최고용량의 ADAS용 MLCC 2종과 1000V 고압에 견딜 수 있는 전기차용 전장 MLCC 등을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기는 국내 수원과 부산사업장은 연구개발 및 신기종, 원료 생산을, 중국 텐진과 필리핀 생산법인을 대량 양산기지로 운용하고 있다.
LG이노텍도 애플 아이폰에 공급 중인 카메라 모듈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카메라 모듈 분야로 확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S&P 글로벌 및 LG이노텍 내부분석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로 인한 글로벌 차량용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64억3700만 달러(약 8조6000억 원에서 오는 2030년 100억3000만 달러(약 13조4000억 원)로 연평균 7%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장용 카메라모듈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의 성장세와 더불어 존재감이 커지고 추세다. 업계에서는 일반 차량엔 카메라가 2~3개 필요하다면 전기차와 미래 자율주행차엔 각각 7~8개, 20개까지도 탑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2월 자율주행용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히팅 카메라는 기존 ADAS용 카메라에 히터를 탑재한 제품이다.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히팅 카메라를 필수로 채택하고 있는 추세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은 지난 1월 CES 2024에서 처음 공개돼 각광받은 제품”이라며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글로벌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 측은 생산량 확대를 위해서 기존 멕시코 공장의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앞서 CES2024에서 “기존 3000평 규모의 멕시코 공장에 지난해 3만평 용지를 사 건물을 추가로 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부턴 베트남 카메라모듈 생산법인에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렸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외에 '플립침 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도 추진한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용 칩셋 등에 주로 쓰이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에 쓰인다. LG이노텍은 FC-BGA 사업 진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LG전자로부터 구미4공장 인수 건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1조4000억 원을 투자받았다.
한편, 삼성전기는 현재 10% 중반 수준인 전장 매출 비중을 내년 20%까지, LG이노텍은 5년 안에 5조 원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도 양사의 전장부품 관련 사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모습이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말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기의 MLCC에 대해 “전분기와 판매량은 유사했으나 AI 서버, 파워 등 산업용 비중이 증가했고, 전장용 수요도 견조해 제품 믹스 개선으로 인한 매출 확대를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IT 세트 수요 회복 및 서버/전장향 매출 확대에 따른 우상향 실적이 기대되고, 중장기적으로는 I/서버향 고부가 MLCC, FCBGA, 유리 기판 등 AI 확산으로 인한 다방면의 수혜가 전망된다”면서 “향후 AI 수혜주로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에 대해 “전 사업부에 걸친 수익성 개선의 원년이라는 판단으로 하반기 집중될 모멘텀에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믹스 개선 효과 △디스플레이 패널 가동률 회복에 따른 기판소재 사업부 테이프 기재 공급 확대 △전장부품 사업부 내 차량부품의 흑자전환 등 영업적인 부분에서도 고무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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