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구리의 수퍼사이클이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추세가 국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봤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의 사망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것이란 우려에 구리 선물 가격이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1만848달러로 1.7% 오르며 기록을 경신했다고 전했다.
구리가 국제 원자재 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르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전기차 등 최첨단 미래산업이 모두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해 있어, 관련 핵심 소재인 구리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데이터센터 및 암호화폐 분야를 중심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구리의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량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광산 공급 감소, 중국 동 제련소 감산 등으로 촉발된 구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열풍에 편승한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투자 기대가 커진 점도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구리의 ‘슈퍼 사이클’이 다시 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슈퍼사이클은 원자재 등 상품시장 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는 추세를 말한다. 지난 2001년에서 2011년 사이엔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구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톤당 구리가격이 1300달러에서 1만달러로 약 770% 올랐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한 곳인 칼라일 그룹의 제프 커리 에너지 부문 최고전략책임자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구리 가격을 t당 최대 1만5000달러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이클은 교체 수요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 수요가 함께 반영되고 있다”라며 “과거 교체 사이클이 최소 6년간 지속된 것을 고려하면, 이번 사이클은 적어도 202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올해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중동 인프라 투자,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도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호황도 계속되고 있다. HD현대의 전력기기 및 에너지솔루션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23일 공시를 통해 2024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4년 1분기 매출 8,010억 원, 영업이익 1,28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0.9%, 영업이익은 178% 증가한 성과를 보였다.
구리값의 상승이 하반기에는 이익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전선 대장주인 LS전선의 경우 오히려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말 고객 주문생산에 의한 계약 수주잔고는 2022년 말 대비 62.2% 증가한 5조 2431억원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역시 7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전선업체들은 계약 시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추가한다. ‘에스컬레이션’(물가 변동과 계약금액을 연동하는 제도) 조항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반영하는 것으로 매출 증대 효과를 일으킨다. 또한 이전에 매입한 구리 재고자산도 차액만큼 평가가치가 늘어나 회사 매출이 커진다.
시장의 실적 예상치도 상향조정되고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S전선 수주잔고 증가와 해저케이블 설비를 증설했으며, LS MnM 전기차 소재 콤플렉스를 구축하는 등 성장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며 목표 주가를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다.
HD현대일렉트릭 역시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재작년 말, 올해 초 대비 구리 가격이 상승했으나 기존에 확보해둔 물량이 있고, 추가적으로 1차 협력사를 통하여 납품 받는 등 여러 관리 방안이 있어 구리 가격의 변동이 손익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라며 “그러나 하반기에도 구리 가격의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수익성이 일부 둔화될 수 있어 최근에는 주요 고객 협상 시,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계약가를 조정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역시 올해 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되는 영업이익은 5298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68.1% 증가한 수치다.
HD현대일렉트릭은 늘어날 수요에 대비해 변압기 공장 신축과 미국 알라바마 법인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미국과 유럽 변압기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완공은 올해 하반기 예정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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