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사들이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상용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콘크리트의 주원료인 시멘트는 1톤당 약 0.9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로 선제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갈수록 높아지는 환경 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강도와 시공성을 확보한 저탄소 콘크리트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시멘트 산업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할 만큼 탄소 저감 노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국내 건설업에서 소비하는 시멘트는 연간 약 5000만 톤(t)으로 일 년 동안 약 4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2월 친환경 건설 신소재 기술개발 벤처기업인 위드엠텍과 함께 기존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까지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콘크리트를 개발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은 신기술을 통해 개발한 친환경 콘크리트는 시멘트 5%에 철강산업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를 80% 이상, 강도 및 내구성 향상 첨가제를 일부 사용했다. 또한, 콘크리트 속의 시멘트 성분과 물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수화열을 30% 이상 낮춰 균열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아파트 기초 및 말뚝과 같은 땅속 대형 구조물의 시공 품질 확보에 유리하다.
롯데건설은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을 통해 건설 현장 필수재료인 콘크리트의 내재탄소(원재료 생산 및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고, 콘크리트 원재료 중 탄소배출의 주원인인 시멘트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예정이다.
또 롯데건설은 친환경 콘크리트에 사용된 시멘트에 대해 K마크를 획득해 강도와 유해 물질 검출 등의 성능 기준을 만족하고 친환경성 인증을 받았다. 또한, 이를 활용한 콘크리트의 제조, 내구성 확보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각각 1건씩 출원 및 등록했으며, 레미콘 생산과 부재 적용 실험을 통해 생산 품질과 성능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친환경 콘크리트는 시멘트 100%를 사용한 콘크리트 대비 90%의 이산화탄소 저감이 가능해 친환경 콘크리트로 아파트 시공 시 천 세대 기준 약 6,000톤의 내재탄소 저감이 가능하며 나무 약 4.2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건설은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와 롯데캐슬 인피니엘 등 현장에 친환경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대우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를 활용해 아파트를 짓겠다고 2022년 말 밝혔다. 그간 현장에서 기초 공정에만 사용됐던 친환경 콘크리트를 현장에 최적화된 맞춤형 배합설계 시스템을 통해 전 공정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라시멘트와 공동 개발한 이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기존 대비 54% 줄이면서도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시공성을 갖췄다. 1㎥당 112kg까지 시멘트 사용량(기존 1㎥당 245kg)을 줄여 약 54%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조기강도가 우수한 조강 슬래그시멘트를 활용해 추운 날씨에도 콘크리트 강도 지연과 품질 하자 문제가 없다.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로 중대형 아파트 1개 단지(평균 40층, 8개 동 규모)를 시공할 경우, 소나무 270만 그루가 흡수(그루당 연간 약 6.6kg)하는 만큼 이산화탄소가 저감된다.
현대건설은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인 '조강 콘크리트'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삼표산업과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나노입자 균질혼합기술 및 원재료 순도관리를 통해 빠르고 균일하게 초기 압축강도를 확보할 수 있어 신속한 내구성 확보와 안전사고 위험 최소화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동절기 양생 시 갈탄·히터 등으로 열에너지를 공급해 10℃ 이상의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일반 콘크리트와 달리 이번 개발품은 5℃ 온도 조건에서도 시멘트 수화반응을 가속화시켜 24시간 안에 기준치인 5MPa(메가파스칼) 이상의 강도를 달성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행안부로부터 '재난안전신기술 제2023-27호'로 지정됐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2017년부터 현대자동차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제철에서 버려지는 산업부산물을 활용해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35%까지 낮춘 'H-ment'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삼표피앤씨와 ‘저탄소 초고강도 콘크리트말뚝’을 개발하고 환경부로부터 환경성적표지 저탄소 인증을 획득했다.
콘크리트말뚝에 시멘트 대신 무수석고와 제철슬래그를 배합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4% 이상 줄였다. 1000세대 아파트에 이 콘크리트말뚝을 사용하면 약 600톤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9만6225그루의 연간 흡수량이다.
말뚝의 압축 강도도 일반 PHC파일 80MPa 대비 110MPa로 높아 시공 수량을 줄일 수 있어 공사 기간 단축과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 저탄소 인증을 받은 만큼 건물의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녹색건축인증’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용적률 완화·취득세 경감 등의 혜택도 기대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말 탄소배출량이 높은 시멘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콘크리트 기술을 적용한 ‘제로(Zero) 시멘트 보도블록’을 개발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동반성장 차원에서 콘크리트 블록 전문업체인 장성산업과 기술협약을 체결하고 연구∙개발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등 제로시멘트 보도블록 개발을 위한 협력을 진행해왔다. 올해부터는 래미안 아파트 단지 보도블록에 우선 도입되는 등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제로시멘트 보도블록은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을 적용한 것”이라며 “탄소배출 비중이 높은 시멘트 대신 삼성물산이 특허를 보유한 특수 자극제, 산업 부산물인 고로슬래그 등을 사용해 기존 품질과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친환경 건설 기술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탄소저감 콘크리트 개발과 적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지난 2022년에 시멘트 사용 비중을 최소화해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저탄소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저탄소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일반 콘크리트 대비 탄소배출량을 약 40% 저감할 수 있어, 평택 반도체 사업장 등 국내 현장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탄소 주입 콘크리트 기술을 보유한 캐나다 카본큐어사에 투자하여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등 탄소 저감을 위한 다양한 기술 기반의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건설사들의 노력에 미래의 모든 시멘트가 저탄소가 될 수 있을까. 산업 현장에서 저탄소 콘크리트 상용화가 이뤄지려면 정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아일랜드의 '기후행동계획 2024'는 정부가 조달하거나 정부가 지원하는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 가능한 한 저탄소 건설 방식과 저탄소 시멘트를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을 기존의 대규모 시멘트 생산 공장에 적용하면 기술적으로 규모에 맞는 효율적인 저탄소 시멘트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각국 정부와 건설 부문이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시멘트는 저탄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흑자 전환한 다올투자증권, 시장 평가 반전될까? (0) | 2024.05.22 |
---|---|
삼성전자 HBM, SK하이닉스에 뒤처진 결정적 이유 (0) | 2024.05.22 |
구리 가격 고공행진에 미소짓는 국내기업은? (0) | 2024.05.22 |
전고점 앞둔 은행주, 증권가 "하반기 상승" 전망 (0) | 2024.05.21 |
세계 주요국, 탄소포집기술 집중 육성...한국 상황은? (0) | 2024.05.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