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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TF 수수료 출혈 경쟁, 투자자에게 득 될까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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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유럽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유럽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 증시가 오르는 이유는 유럽 지역이 먼저 미국보다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해지면서다. 지난 3월부터 스위스, 헝가리, 체코, 스웨덴 순으로 비유로존 국가의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최근 영국은행(BOE)도 올해 8월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한다고 발표하며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지만,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데에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필립 레인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같은 의견을 보이며 "6월 금리인하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1월만 해도 장기저성장이 예상되어 손절당하던 유럽주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주식에 투자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유럽 관련 ETF를 활용하는 것이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로, 가입 및 환매 절차와 조건이 복잡한 펀드 대신 투자자가 실시간으로 소액 매매가 가능하다.

 

현재 유럽 관련 ETF는 7개로 ‘유로스톡스 50’(3개)과 ‘유로스톡스 셀렉트 배당 30’(1개), 독일에 투자하는 ‘KOSEF 독일DAX’, 채권형 ‘HANARO 유로존국채25년플러스(합성H)’이 있다.

 

국내 ETF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산운용사 사이에서 수수료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해 투자금을 유치하려는 것이다. 2020년 말 52조원이었던 국내 ETP 시장 규모가 지난달 말엔 141조원으로 3배 가까이 확장했다. 현재 ETF 시장을 주도하는 자산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4곳이다. 

 

첫 스타트는 국내 ETF 시장 1위 삼성자산운용이 끊었다. 삼성자산운용의 순자산액은 지난달 말 55조원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먼저 미국 대표지수 ETF의 수수료를 연 0.05%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099%로 내렸다. 이는 1억 원을 투자했을 경우, 연간 수수료로 9,900원만 지급하면 된다는 의미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 당장 수익이 줄더라도 투자자 유입을 통해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9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자사 TIGER 1년 은행양도성예금증서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8%로 삼성보다 0.0001%포인트 더 낮추어 인하했다. 국내 상장된 ETF 중 최저 수준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번 보수 인하로 고금리 시기에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소운용사도 총보수 인하에 동참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코스피 200 지수를 추종하는 ‘ARIRANG 200’ 총보수를 연 0.04%에서 0.017%로,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마이다스 KoreaStock액티브’ 총보수를 연 0.62%에서 0.29%로 내렸다.

 

운용사들의 투자금 유치를 위한 수수료 경쟁은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실제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을 두고 미국 운용사 간 수수료 경쟁이 있었다. 블랙록은 상품 출시 첫 해 혹은 ETF 자산이 50억달러(약 6조5700억원)가 될 때까지 수수료율을 0.2%만 부과하기로 했다. 아크인베스트와 21셰어즈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수수료를 0.8%에서 0.25%로 낮췄다.

 

운용사들의 수수료 경쟁이 과연 투자자에게 이익이 될 지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와 미국의 시장 규모와 수익배분 구조가 다른 것을 이유로 든다. 미국의 경우, 전 세계 ETF의 약 20%가 미국에 상장되어 있으며 전 세계 일평균 거래대금의 84%가 미국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13일(현지 시각) 기준 미국에 상장된 ETF 개수는 3501개로, AUM은 8조8800억달러(약 1경2056조원)수준이다. 미국처럼 초저수수료에도 수익을 내려면 시장규모가 커야 하는데 미국에 견주기엔 우리나라의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수직배분 구조도 다르다. 우리나라는 주식형 ETF의 경우, ETF에 담긴 알주식(개별종목)을 증권사 등에 빌려주고 생긴 대차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금 형식으로 배분해야 한다. 반면에 미국은 대차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지 않고 자산운용사가 가져간다. 그렇다 보니 수수료가 없는 ETF도 등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수수료 경쟁은 중·소형 운용사를 어렵게 만들고, 결국 살아남는 건 삼성과 미래에셋과 같은 대형 운용사 뿐”이라며 “과점 시장이 되면 수수료율은 다시 오르고 피해는 투자자들이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운용사의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운용사는 새로운 산업을 발굴한 뒤, 이를 ETF로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수수료 경쟁에만 몰두하다 보면 결국, 전반적인 산업 경쟁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는 지적이다. 

수수료와 별개로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있으니, ETF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합성형 ETF의 스와프 계약 비용과 환헤지 비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합성형 ETF는 자산운용사가 ETF를 직접 운용하는 게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스와프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운용의 주체가 되는 상품이다. 주로 원자재처럼 자산운용사가 직접 운용하기 어려운 대상이 스와프 대상이 된다. 스와프 계약에 따른 비용은 별도이며, 대개 2~3% 수준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환헤지 ETF는 환율변동의 위험을 없애거나 줄여 간섭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환헤지 ETF의 헤지 비용은 투자설명서의 총보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상품의 유형과 상관없이 환헤지 비용을 현재 환율 기준의 약 2%로 산출하고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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