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뷰티 소비자 지갑 여는 AI 기술, 화장품 산업 판도 바꾼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5. 30.
728x90
사진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주)테라리더 공동연구진이 AI 기술 기반 화장품 고정밀 피부 발림성 분석 시스템을 시연하는 모습. 사진=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고객맞춤형 화장품에 특화된 인공지능(AI) 시장 규모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화장품·뷰티 시장의 AI는 기술 발전과 소비자 선호도 변화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시장조사업체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용 및 화장품 시장의 AI는 연간 21.5%의 강력한 복합 성장률(CAGR)을 반영해 2023년 32억7000만 달러에서 올해 39억7000만 달러(약 5조3889억 원)로 매출이 급증하는 등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보여 왔다. 향후 관련 산업 시장의 AI의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가운데 2028년까지 예상 매출이 81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하며 연평균 19.5%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생성 AI 도구가 주류에 진입하면서 뷰티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의 흡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특히 생산성, 창의성을 높이고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며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화장품 업체들은 AI로 실험을 해왔다. 

 

엘리자베스 아덴은 브랜드의 120년 역사를 보여주는 AI 생성 마케팅 이미지를 활용한 가상 매장을 출시했고, 아이코닉 런던은 고객이 챗봇으로 바구니에 담긴 상품의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생성 AI 협상 도구 니블을 시범 운영했다.

 

에스티 로더는 구글 클라우드와 함께 생성 AI를 활용해 연구개발 노력을 알리고 외부 트렌드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소비자 심리와 피드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뉴트로지나의 경우 AI 기반 얼굴 스캔 기술을 도입해 고객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고 있다. 2020년 출시된 무료 서비스 ‘뉴트로지나인 스킨360’은 사용자의 셀카를 스캔하고 다크 스팟, 주름, 매끄러움 등 6가지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피부 건강을 점수화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맥킨지앤컴퍼니에 따르면 2021년 기준 71%의 소비자가 쇼핑에서 개인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업체 볼트의 조사에 따르면 2023년에는 75%의 쇼핑객이 개인화 경험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AI 기술은 이러한 뷰티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도구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연구기관·기업에서도 화장품 AI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16일 인공지능 기반으로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화장품의 다양한 질감 특성을 측정하고 화장품의 발림성을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본 기술의 연구 결과는 이달 13일, ACS 어플라이드 머트리얼즈 & 인터페이시스(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에 게재됐다. 

 

이번에 ETRI가 개발한 기술은 딥러닝 학습과 단시간 푸리에 변환(STFT) 및 연속 웨이블릿 변환(CWT) 기법을 통해 화장품을 피부에 바를 때 나타나는 마찰력 측정값의 변화, 즉 발림성의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피부에 화장품을 바르는 행위와 유사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획득했다. 또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1차원의 마찰 신호를 2차원의 주파수 스펙트럼 형태로 재해석하여 원하는 시간-주파수 혼합 신호를 추출, 분석했다. 

 

ETRI 관계자는 “이러한 기법을 활용하여 결과값의 정확도를 99% 이상으로 높일 수 있었다”며 “본 기술은 발림성 분석 결과를 통해 젊은 여성, 중년 남성, 유아 등 남녀노소별 또는 계절별로 가장 적합한 화장품을 추천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람의 감각에 의존하여 발림성을 평가하는 현재의 전통적인 전문가 관능 평가 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 

 

전문가 관능 평가는 평가자가 직접 제품을 피부에 바르며 촉촉한지, 건조한지, 어느 연령층이 좋아할지, 어느 계절용인지 등을 주관적 느낌을 통해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교육 훈련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에 대한 보완 테스트 진행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또 수많은 제품이 생산되고 출시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사람이 직접 일일이 발림성을 평가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에 ETRI 기술이 사람의 평가로 나타나는 개인차에 따른 오차를 줄여 객관적인 평가를 제공하고, 평가 시간과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TRI는 테라리더, 아모레퍼시픽과의 공동 연구로 개발된 고정밀 화장품 사용감 테스트 기기를 이용하여 AI 기반 화장품 및 피부 의약품 발림성 분석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으로부터 화장품 질감 측정을 위한 10종 이상의 제형 샘플을 제공받아 약 5000개에 달하는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발림성 연구를 진행했다.

 

ETRI 양용석 지능형부품센서연구실장은 “기존 상업용 화장품 크림을 분류하기 위해 딥 러닝 모델을 사용한 화장품 및 피부 의약품의 분석 기술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혁신적 성과이다. 향후 전 세계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요를 지속해서 창출해 내는 K-뷰티 산업에서 새로운 소비트렌드 부상과 개인맞춤화에 앞장설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온도 센서 등에 관한 연구도 진행하여 본 기술이 냉온감 나아가 향과 색상에 관한 부분도 분석할 수 있도록 연구를 확장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AI 기반 화장품 발림성 분석 기술이 마찰 특성 기반의 의류, 직물의 촉감과 페인트 등 도장 특성 그리고 자동차 타이어 마찰 특성 판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첨단 R&I센터 미지움 전경. 사진=아모레퍼시픽
출처=라네즈 홈페이지 갈무리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2월 인공지능(AI) 기반 피부 진단 시스템 ‘닥터 아모레’의 개발 과정과 성능, 활용 가능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지난 12월 12일 SCI급 국제 학술지 ‘국제 화장품 과학 저널’에 실렸다. 

 

닥터 아모레는 한국 여성들의 피부 이미지를 바탕으로 피부 임상 전문가의 평가를 딥러닝해 제작한 AI 기반 진단 시스템이다. 주름, 색소 침착, 모공, 적색 반점 등 주요 피부 고민을 사진만으로 바로 진단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닥터 아모레를 활용한 분석 결과에서는 피부 임상 전문가들의 육안 평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관련 연구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인공지능 진단 시스템으로 정밀한 피부 진단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R&I 센터는 닥터 아모레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한국 여성들의 피부 노화 관련 경향성도 파악할 수 있었다.

10대~60대 한국 여성 120명의 얼굴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노화에 따라 피부 특징이 가장 크게 변하는 시기는 20대~30대 사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피부 주름과 색소 침착이 20대~30대 사이에 큰 변화를 겪는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피부 모공의 경우 10대~20대 사이에 크게 증가하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인공지능 기반 피부 이미지 진단 시스템은 사진만으로 임상 전문가의 판단을 기반으로 한 피부 상태 진단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상세한 피부 특성을 정량적·시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노화 등 빅데이터 분석이 필요한 피부 연구 분야에 새롭고 유용한 접근 방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모레퍼시픽은 앞으로도 닥터 아모레를 비롯한 첨단 연구를 통해 전 세계 고객에게 초 개인화된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 말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닥터 아모레' 피부 진단 시스템 기술을 라네즈 브랜드의 피부 진단 서비스인 '라네즈 뷰티 큐레이터' 등에 적용해 고객에게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3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라네즈 뷰티 큐레이터 외에 스킨 노트 등 닥터 아모레가 탑재된 서비스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관련해서 계속 AI 서비스를 여러 곳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