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에 발빠르게 나선 KB금융지주와 키움증권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의지를 밝힌 두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1호’ 공시 타이틀을 챙기느라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내고 “이사회와 함께 ‘KB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하여 2024년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6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한 뒤 하루 만에 처음 관련 공시를 낸 것.
이틀째인 28일에는 키움증권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예고’ 공시였던 KB금융과 달리 실제 밸류업 계획을 담은 공시로 국내 상장사 중에서는 처음이다.
공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주주 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 등의 중기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3년 내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키움증권은 자산관리(WM)·투자은행(IB)·세일즈앤드트레이딩(S&T) 등 사업부문별 성장 전략을 공개하고, ▲초대형 IB 인가 추진 ▲연금사업 진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등 신규 사업 진출 전략도 설명했다.
밸류업 공시에 가장 먼저 나선 KB금융·키움증권은 확실한 주가 부양 효과를 보고 있다. KB금융지주 주가는 24일 7만6900원에서 밸류업 계획 예고 공시를 한 27일 7만6300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이후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9일 7만8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밸류업 공시 후 3거래일 동안 1200원(1.56%) 주가가 오른 셈이다.
키움증권의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키움증권은 28일 장이 마감한 뒤인 오후 4시 24분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는데, 28일 12만5800원이었던 주가는 29일 12만9500원으로 하루 만에 3700원(2.94%) 올랐다.
상승세인 주가와는 달리 밸류업 계획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한 편이다. 우선, KB금융의 경우 밸류업 공시 일정만 밝혔을 뿐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 실제 KB금융의 경우 공시 당일에는 주가가 소폭 하락하기도 했다.
밸류업 계획을 공개한 키움증권 또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9일 논평을 내고 키움증권의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라며 ‘C학점’이라고 평가했다.
포럼은 “이날 공시 내용은 대부분 지난 3월 회사가 밝힌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중복된다”라며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COE)와 총주주수익률(TSR)이 빠진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초대형 IB 인가는 키움증권이 수년 전부터 추진해오던 숙원 사업이며, 3년 중기 목표 및 투자자 소통 강화 방안 등도 이미 지난 3월 공정공시를 통해 발표된 내용이다.
포럼은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강조한 것 같이 키움증권 이사회 책임하에 일반주주 관점에서 주가 밸류에이션, 자본비용,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총주주수익률 등을 이사회에서 토론하고, 심의 또는 의결했는지 궁금하다”라며 컨설팅·증권사·회계법인 전문가들을 투입해 이사회의 재무회계 지식을 업그레이드 할 것을 권고했다.
포럼은 이어 키움증권의 후속 밸류업 공시에는 ▲총자산수익률(ROA)을 저해하는 저수익 자산 내용 및 이에 대한 개선 방안 ▲3월 발표한 임직원 성과보수 체계와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연계 방안 등이 포함돼야 한다며 “다른 회사들은 먼저 공시하겠다고 순위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충실한 제고계획을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사회 검토 및 심의를 거쳐 공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KB금융 주가는 30일 낮 12시 현재 전일 대비 500원(0.64%) 오른 7만8600원, 키움증권 주가는 2400원(1.85%) 오른 13만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나선 두 기업의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해원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통가 '익일배송' 날개 달았다 (1) | 2024.05.31 |
---|---|
금감원, "보험산업은 민원왕" 경고 (0) | 2024.05.31 |
IPO 시장에 신흥강자 급부상, 하반기 전망은? (0) | 2024.05.30 |
뷰티 소비자 지갑 여는 AI 기술, 화장품 산업 판도 바꾼다 (0) | 2024.05.30 |
AMD, 삼성전자 3나노 러브콜...파운드리 전망은? (0) | 2024.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