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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감원, "보험산업은 민원왕" 경고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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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전체 및 생명보험, 손해보험 민원건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이 보험사 간의 출혈 경쟁을 지적하며,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30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12개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고 보험권 당면과제 등 업계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향후 보험산업 발전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보험사들이 과도한 경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 원장은 “보험회사들이 혁신성장보다는 출혈경쟁에 몰두하는 등 미래 대비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포화시장 속 출혈경쟁으로 보험산업은 ‘민원왕’이라는 불명예를 지고 있는 등 소비자 신뢰도는 타 업권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보험사 민원은 매년 금융권 전체 민원 중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5만467건이었던 보험 민원은 2022년 5만1890건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4만9767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전체 금융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59.7% → 59.6% → 53.0%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보험 민원 비중이 감소한 것은 금리 상승으로 대출 관련 불만이 높아지면서 은행권 민원이 일시적으로 4776건(43.8%)이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향후 가계부채 감소세 및 금리인하 전망 등을 고려하면, 보험 민원 비중이 내년에도 줄어들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 

 

업권별로 보면, 생보사 민원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반면 손보사 민원은 최근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만8355건이었던 생보사 민원은 지난해 1만3529건으로 26.3% 감소했으나, 손보사 민원은 같은 기간 3만2112건에서 3만6238건으로 오히려 12.8% 늘어났다. 

 

특히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보험권 경쟁이 지나치게 격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회계제도에서는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이 창출할 미래이익의 현재 가치를 보여주는 CSM(보험계약마진)이 핵심적인 수익성 지표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CSM 확대를 위해 CSM 평가에 유리한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최근 문제가 된 단기납 종신보험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상품은 기존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 납입기간을 대폭 줄인 상품으로 보험료를 5~7년 납부 후 10년간 유지하면 납입한 금액 이상을 되돌려준다. 보장성 보험인 단기납 종신보험은 CMS 확대에 유리한 만큼 다수의 보험사가 경쟁에 뛰어들었고 올해 초부터는 일부 보험사가 130%가 넘는 환급률을 제시하는 등 경쟁이 과열되는 조짐이 보였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 3월 “특정 보장한도를 과도한 수준으로 증액하거나, 보장성 보험임에도 높은 환급률만을 강조하는 등 불합리한 상품개발‧판매가 지속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비자 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종신보험 미스터리 쇼핑 결과도 심각한 수준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9~12월에 걸쳐 17개 생보사의 종신보험 판매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했는데, 평가 결과 ‘보통’은 2개사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15개사는 모두 ‘저조’ 등급을 받았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제한 사유 및 보험금 지급절차에 대한 설명을 빠뜨리거나, “종신보험이 은행 저축성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아 재테크용으로 보유하기 좋다”라며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인 것처럼 설명해 고객을 기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출혈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금감원은 지난 5월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보험회사·보험협회 등이 참여하는 ‘보험개혁회의’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보험개혁회의에서는 새 회계제도 대응, 영업관행 개선, 미래성장동력 발굴 등의 과제 대한 대책을 논의해 내년 초 최종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현재 상황이 타개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보험산업은 구조조정, 시장재편 등을 맞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후생을 제고할 수 있는 ‘질적혁신’. 신사업 발굴과 해외진출 확대와 같은 ‘시장개척’을 통해 보험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어 “올해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성숙해지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보험산업이 국민들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꾸준히 성장해 나가길 기대한다”라며 “금융당국도 ‘보험개혁회의’ 등을 통해 긴밀히 소통하며 현장의 의견을 감독업무에 적극 반영하는 등 보험시장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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