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내달부터 역내 탄소중립기술 제조역량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NZIA)'을 시행한다. 태양열 및 풍력, 연료전지 및 기타 청정기술의 현지 생산을 촉진하고 유럽 산업이 중국 및 미국의 경쟁자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EU가 합의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열린 농업장관 회의에서 공식 채택된 탄소중립산업법(NZIA)은 유럽연합 자금 지원을 재조정하고, 허가 지연을 완화하며, 리튬 및 희토류와 같은 원소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핵심 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과 연계된다.
유럽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필요한 제품의 40%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유럽은 '전략적 탄소 중립 기술'을 별도로 지정해 신속허가절차와 보조금 지급 요건 완화 등의 각종 혜택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핵분열 에너지 등 원자력 발전 관련 기술도 태양광, 배터리, 탄소 포집·저장 등과 함께 전략적 탄소 중립 기술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탄소중립산업법을 통해 2040년까지 모든 주요 저탄소 기술에서 최소 15%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2030년 기준 유럽 친환경기술 시장은 약 6000억 유로(약 887조 원) 규모의 가치를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태양광 패널 등 일부 산업의 경우 중국산이 이미 유럽 시장을 잠식한 상황이어서 이 법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한 석유 생산업체는 일반적으로 고갈된 유전 및 가스전에서 산업 공정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연간 총 5000만 톤씩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개발하여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인프라 구축을 시작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이에 탄소중립산업법은 탄소 저장 산업의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환경NGO 벨로나(Bellona)의 한나 비로는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EU 석유 및 가스 생산업체의 생산 점유율에 따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업계가 수년간의 논의 끝에 행동에 나서도록 강제하는 중요하고 최초의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 변화에 기여하는 이들 주요 업체는 이제 스토리지 개발 비용과 위험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감축이 어려운 주요 산업을 탈탄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함으로써 EU 회원국 납세자들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 법은 우리가 205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는 데 중요한 부문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조성한다”며 이 법이 역내 생산의 급속한 확대에 도움이 되는 규제 환경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는 어떨까.
로이터통신, 유로뉴스 등 주요 외신들은 탄소중립산업법이 EU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이 독주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유럽이 필요한 청정 기술을 생산하는 데 있어 세계적인 리더가 되도록 보장하려는 노력의 중심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은 “예를 들어, 유럽은 중국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데, 중국은 세계 제조 능력의 80%를 태양광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3690억 달러의 녹색 보조금이 유럽 생산자들의 이주를 유인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뉴스는 “이 법은 바이든 행정부의 IRA에 따라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재생 에너지 인프라, 전기 자동차 및 기타 청정 기술에 대한 투자가 미국으로 향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동부 지역의 국가 지원 및 저임금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각) 일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 법이 투자자들을 위한 통일되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유럽 산업 기반의 경쟁력과 회복력을 높이며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동시에 중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렇다면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받을 영향은 어떨까.
한국무역협회는 지난해 발간한 'EU 탄소중립산업법(NZIA) 주요 내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들의 인센티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시장규모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기업을 밀착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또 "산업부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타 국가들의 지원정책에 발맞춰 더욱 적극적인 산업 육성정책 및 투자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며 "향후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탄소중립산업아카데미와 유사한 형태의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산업의 탄소중립화를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기술 시장이 연간 6500억 달러로 현재 대비 약 3배 이상 수준으로 성장함과 동시에 관련 일자리는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말 공급망및 기후에너지 통상 관련 유관기관 회의를 개최하고, 최근 유럽연합(EU)의 관련 입법 동향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탄소중립산업법의 3자 합의안은 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대상기술에 대한 허가절차 간소화 등관련 지원을 규정하며, 역외기업 차별요소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간 산학연 전문가들과 간담회·대책회의 등을 통해 긴밀히 소통하며, 유럽연합의 입법동향을 공유하고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양국 고위급 회담 등 여러 계기에 우리 업계의 우려와 요청을 유럽연합 측에 전달하는 등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노력해왔다.
심진수 신통상전략지원관은 “유럽연합의 입법 및 시행에 따른 기업부담 및 기회요인을 예의 주시하며 업계·연구기관 등과 긴밀히 소통, 기업설명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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