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발표한 내용보다 석탄발전 비중을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제저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앞서 11차 전기본 총괄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간 적용할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했다. 전기본에는 향후 전력수요 전망 및 발전원 확충 계획,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전원구성 계획 등이 담겨있다.
실무안에 따르면, 신규 원전 건설 및 수소발전 확대, 신재생에너지 확충 등을 통해 지난해 40%에도 미치지 못했던 무탄소에너지(CFE)의 비중이 11차 전기본이 적용되는 마지막 해인 2038년에는 70%까지 올라 본격적인 무탄소에너지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석탄발전으로 공급되는 전원 비중을 오는 2030년 17.4%, 2038년 10.3%로 낮추는 한편, 그 공백을 비롯해 첨단산업 발전에 따라 추가로 필요한 10.6GW의 전력을 신규 원전 및 수소·암모니아, 신재생에너지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9차 전기본에서 예상한 2030년 석탄발전 비중 29.9%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2021년 발표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21.8%)와 비교해도 4.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오는 2038년까지 최대 3기의 신규 대형원전을 건설하고 2035년부터는 소형모듈원자로(SMR)을 도입해 원전 발전량을 확대하는 한편, 노후 석탄발전소의 LNG 발전소로의 전환을 지속해 10.6GW의 추가 전력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도 상향 조정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 목표를 72GW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1월 확정된 10차 전기본(65.8GW) 대비 9.4% 증가한 것이다. 203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은 138.4TWh로 마찬가지로 10차 전기본(134.1TWh)보다 3.2% 늘어났다.
◇ 원전·LNG로 메운 석탄 빈자리... 신재생 목표는 ‘제자리’
석탄발전 감축 목표가 강화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 목표도 상향됐지만, 11차 전기본을 향한 환경단체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전력 공백을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전과 LNG로 메운다는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는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1차 전기본 실무안이 발표된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이번 11차 전기본이 노후핵발전소의 수명연장,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과 상용화되지 않은 SMR을 통해서 핵발전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윤석열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한다”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가 어렵다는 점에서 핵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여름철 프랑스의 핵발전소 가동중단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핵발전소는 가파른 기온상승으로 인해 더 만연해지고 있는 가뭄과 산불에 점점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전 계획보다 LNG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LNG 발전량 비중은 2030년 기준 전체 발전량의 25.1%를 차지한다. 이는 10차 전기본(22.9%)은 물론, 문재인 정부안( 9차 23.3%, NDC 상향안 19.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LNG는 석탄발전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절반 수준으로 적지만, 이 역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나 원전보다는 10배 이상 많다. 이 때문에 LNG를 에너지 전환에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이번 11차 전기본은 10차 전기본을 준용하며 2037년과 2038년에도 가스발전 신규 설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가스 발전량 급감 및 2050 탄소중립 목표 고려 시, 신규 화력발전 설비 확대는 결국 좌초되는 자산의 규모만 늘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줄어든 석탄발전 비중을 원전과 LNG로 메우다보니 신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11차 전기본에서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는 138.4TWh로 10차 전기본(134.1TWh)보다는 소폭 늘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NDC 상향안(185.2TWh)과 비교하면 약 4분의 3 수준으로 감소했다. 11차 전기본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 또한 2030년 기준 21.6%로, 10차 전기본과는 동일하고 NDC 상향안(30.2%)보다는 8.6%포인트의 낮다.
기후솔루션은 “오는 2030년에도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최하위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단적인 예시로 작년 한국 GDP와 가장 유사한 멕시코의 경우,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가 33%”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이어 11차 전기본이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보급 목표(72GW)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에 대해서도 “서약에 대한 단편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2030년 1만1000GW라는 서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 태양광 및 풍력 발전비중 46%에 도달해야 한다. 즉, 모든 국가가 평균적으로 절반가량의 전력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한다”라며 “따라서 21.6%에 불과한 72GW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COP28 재생에너지 3배 서약 달성 또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와 관련해,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 조정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월 10차 전기본 확정안 발표 당시 “원전의 활용은 에너지안보 등 별도의 관점에서 반영된 것”이라며 “2030 NDC 상향안 대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을 하향 조정한 것과, 원전발전 비중을 상향한 것은 특정 분야를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대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화로운 확대로 탄소중립에 적극 대응하고, 화석연료의 해외의존도 감소를 통해 에너지안보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보급은 역대 최초로 전력계통 등 현실적 제약요건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전망을 도출하면서도, 다양한 정책 수단을 적극 반영해 도전적이지만 실행 가능한 계획을 제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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