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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영일만 테마주에 울리는 경고음... 한탕은 없다?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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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북 경주시 강동면 형산에서 바라본 포항 영일만 앞바다 수평선의 모습.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 포항 앞바다에 상당량의 석유·가스가 매장돼있다고 밝히면서 주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석유·가스 관련주가 급등한 가운데, 테마주 방식의 투자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국정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Act-Geo)사에 물리 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라며 “최근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동해 가스전의 약 300배가 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번 세기 발견된 최대 심해유전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아이나 광구(110억 배럴)과 비교해도 매장량이 더 많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석유·가스 관련주는 일제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3일 전일 대비 29.87% 상승한 3만8700원에 장을 마감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오늘(4일)도 장 초반 전일 대비 27.52% 높은 4만93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며 전일 대비 700원(1.81%) 오른 3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가스공사는 영일만 유전 개발 성공 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 중 하나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석유공사가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 지분을 보유하게 될지, 민간 혹은 외국 자본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면서도 “한국가스공사는 생산된 가스를 인수하게 될 것이며, 육지까지 파이프라인 설치를 담당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석유·가스 운송에 필요한 철관 관련주인 동양철관과 화성밸브는 지난 3~4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각각 1175원, 863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액화석유가스(LPG) 관련주인 흥구석유 또한 3일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4일도 18.4%의 오름세를 보이며 31일 1만2500원에서 4일 1만9240원으로 2거래일 만에 53.9%나 급등했다. 도시가스 관련주인 대성에너지도 3일 상한가에 이어 4일 13.7% 오르며 주가가 2거래일간 47.8%(8460원→1만2500원)나 올랐다.

 

석유·가스 관련주가 ‘영일만 호재’로 급등하자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쏠림 현상도 뚜렷해졌다. 실제 개인투자자는 지난 5월 한 달간 한국가스공사를 321억원 순매도했으나. 6월 3일 하루 동안 91억원을 사들이며 포지션을 전환했다. 

 

이 때문에 ‘단기 테마주’ 방식의 투자행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개발 성공을 장담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닌 데다, 설령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상업 생산이 시작되기까지는 10년 가까이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석유’가 들어가는 기업은 일단 사고 보자는 ‘묻지마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 한국석유는 아스팔트 등 석유공업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채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영일만 테마주로 묶이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해당 유전이 실제로 상업화되기까지는 7~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성 평가 등에서 좌초될 가능성도 당연히 있다”라며 “정부도 시추의 성공률을 20%로 제시했다”고 경고했다. 

 

변 연구원은 이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원개발이라고 하여 마냥 허황된 소리로 치부할 것만은 아니다”라며 국내 조선소의 수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다만 장기적 관점이 요구되는 유전개발의 특성상 이로 인한 조선사의 과도한 단기 주가 급등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 또한 “탐사 시추 계획의 성공 확률은 통상 10% 내외 수준으로 간주되나, 정부는 기술 개발 등을 감안해 20%로 제시했다”라며 “천해가 아닌 심해이기 때문에 비용 집행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이 2035년 이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과거 동해 가스전의 경우 1998년 탐사 성공 이후 2004년 상업 생산을 시작했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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