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다량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가스가 우리 바다에서 나온다면, 에너지 자립이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아직은 '가능성'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매장량을 확인하고, 경제성도 검토해야 하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날 정부의 발표 이후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는 관련 수혜주들이 전부 수익률 상위에 랭크됐다. 전기·가스업종은 +8.7% 상승했고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흥구석유, 화성밸브, 대성에너지, 동양철관, 한국ANKOR유전 등 강관 관련 기업들이 상한가로 직행했다.
관련 업종들은 이틀째 강세다. 4일 오전 9시 35분 기준 유가증권 시장에서 강관업체인 동양철관과 화성밸브는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한국석유는 전장대비 25.91% 오르면서 2만2700원에 거래 중이다. 장중엔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가스공사도 18%대 상승하면서 4만5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해 석유·가스 개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시 25년 동안 생산한다고 가정할 때 원유 수입의 13%가 대체 가능하고, 천연가스의 경우 자급자족이 가능한 규모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본격 생산이 시작되는 2030년 이후 관련 정유, 화학 및 가스 산업 판도에는 어떤 변화가 불어 닥칠까.
전우제·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정유의 경우 원유 수입 의존도 축소에 따른 협상 우위 선점으로 정제마진 방어가 가능하다. E&P/조선 사업부를 보유한 기업들은 개발/지분투자에 적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NCC(나프타 분해시설)는 가스전 25년 운영 가정시, 에탄 생산량은 315만톤/년(6% 가정)으로, 약 200만 톤/년 규모 ECC 가동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전·정 연구원은 “이는 한국에서도 고효율 ECC 2기 증설이 가능한 것으로 혹은 2035년 수급에 따라서 납사/에탄 혼합 크랙킹도 가능할 것”이라며 “LPG 조달도 원활해져, 설비의 고효율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LPG는 가스전 25년 운영 가정 시, LPG 생산량은 158만 톤(t)/년 (3% 가정)으로 국내 시장 575만톤의 27%를 대체하는 게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정 연구원은 “이에 장기 LPG 내수 정책에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며, 세계 LPG 물동량의 20%를 점유하는 SK가스/E1의 트레이딩 옵션이 확대되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또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가스전의 부존량 확인 후 상업생산 진행 시 수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규 동해가스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천연가스 부존량은 연평균 1,463만~5,852만 톤 생산(25년 생산 가정)하는 것에 해당된다. 한국가스공사의 연평균 천연가스 판매량이 3,556만톤, 국내 연평균 천연가스 도입량이 4,440만 톤이라는 점을 감안 시 천연가스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전·정 연구원은 “정부에 따르면, 부존량 확보 시 생산되는 천연가스는 한국가스공사가 100% 인수해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며, 해외 수입 물량 대체 후 남은 물량은 외국에 판매할 예정”이라면서 “탐사 및 시추 과정은 한국석유공사가 전담할 예정이나, 생산된 천연가스를 국내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는 천연가스의 운반, 보관 및 유통을 위해 추가적인 설비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공급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광구들은 규제 광구로 분류되며, 관련 투자 자본은 적정투자보수를 결정하는 요금기저에 산입되어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가져온다”면서 “광구의 수익과는 관계없이 안정적인 이익 증가를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초과이익은 가스요금 인하 재원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은 탐사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가스와 석유가 그만큼 묻혀있는지, 또 그걸 채굴하는데 드는 비용 등을 따져 경제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은 채산성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지난 2008년, 2012년 당시 글로벌 유가가 100불을 넘어 120불을 향했다. 이 때 채산성이 좋으니까 전 세계적으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들이 엄청나게 발주가 됐다. 하지만 2014~15년 유가가 80불에서 70불, 50불로 고꾸라지면서 그 프로젝트들이 모두 망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조선업도 내리막길이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추정 매장량은 35억 배럴에서 140억 배럴 사이로 네 배 정도 차이가 크다. 이에 정부 발표대로 우리나라 GDP와 맞먹는 양의 석유와 가스가 있을지, 또 그걸 온전히 시추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4일 보고서를 통해 “일부 공급 인프라 투자 관련해 가스·석유 공기업 수혜가 존재할 수 있다”며 “국내 천연가스 도매 사업자의 경우 최종 투자 단계에 합류하기 때문에 도입과 관련한 투자만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연구원은 “탐사 시추 계획은 통상 성공 확률이 10% 내외 수준으로 간주되지만 기술 개발 등을 감안해 정부에서 20%로 제시했음에도 천해가 아닌 심해인 만큼 시추 비용 집행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생산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는 경우 단가는 투자비와 직결되기 때문에 시추 횟수 및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 연구원은 또 “현재까지 투입된 탐사 비용은 3억7000만 달러로 알려졌다”며 “생산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점은 2035년 이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동해 가스전의 경우 1998년 탐사에 성공해 2004년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 매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상 최소치가 신뢰성이 높다”며 “추가적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석유 매장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유가 예측의 어려움 및 상업 생산 시기의 불확실성이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서도 “다만 확실한 것은 현재로선 2035년에 넷 제로로 다 갈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석유나 가스를 일정 부분 국내에서 조달한다면 무역수지의 개선이 있을 것이고, 관련 기업들은 원가 부담이 줄면서 글로벌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자원안보 및 국민경제 부가가치에 대한 엄청난 기여는 말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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