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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계부채 리스크 재확산... 해외 주요국 대응 교훈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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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 및 기타 대출 증감액 추이.(단위: 조 원) 자료=금융위원회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 규모가 최근 들어 다시 급증하고 있다. 가계부채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선제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총 5.4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3월 각각 1.9조원, 4.9조원 감소하며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던 가계대출은 4월 4.1조원 증가한데 이어 5월 5조원 이상 불어나며 다시 확대 추세로 전환했다. 

 

가계대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는 해외 주요국보다 큰 편이다. 실제 한국은행·기획재정부가 최근 국민계정 통계 기준연도를 개편하면서 새로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5%로 기존(100.4%) 대비 6.9%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1위라는 언론 보도에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지만, 직접 배포한 해명자료에서도 한국의 순위는 4위로 최상위권에 속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 기준 98.9%로 스위스·호주·캐나다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가계부채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빠른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해외 주요국의 가계부채 대응 사례를 비교해봐도, 조기 대응에 나선 국가가 더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된다. 유럽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부동산시장 호황과 함께 다수의 국가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늘어나는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났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가계부채 비율 추세는 대응 시점에 따라 서로 달랐다. 

 

한국은행이 지난 2015년 발간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4개국의 가계부채 대응사례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영국·아이슬란드 등의 국가는 금융위기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커지자 2008년 4분기부터 상환부담 경감 및 취약계층 보호 등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쳤다. 금융위기 직후 가계부채 리스크에 조기대응한 두 국가는 초기 경기부진으로 고통을 겪었지만, 정책 시행 1~2년 후부터 소득이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선순환이 시작되며 위기를 벗어났다. 

 

반면, 스페인의 경우 금융위기로부터 약 3년 6개월 뒤인 2013년 3월부터 금융기관의 채무조정을 유도하고 가계의 채무부담을 경감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뒤늦은 대응으로 인해 스페인에서는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소득 증가보다는 가계부채 규모 감소가 가계부채 비율 하락을 이끄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네덜란드는 금융위기 이후 별다른 대응에 나서지 않다가 2013년 1월이 돼서야 대출억제 대책을 도입하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오히려 더 상승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조기 대응으로 경기회복이 가계부채 안정화를 이끄는 선순환을 유도한 영국·아이슬란드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선진국은 한국 말고도 많다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경우 한국 못지 않게 높은 가계부채 비율을 보인다. 실제 덴마크(87.4%), 네덜란드(86.6%), 노르웨이(84.9%), 스웨덴(83.3%) 등은 한국보다 낮을 뿐 전 세계적으로 보면 가계부채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높은 가계부채 비율은 한국과 달리 심각한 위험요인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북유럽 국가의 경우 잘 정비된 연금제도 덕분에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다. 이 때문에 은퇴 전 부채를 상환할 유인이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가계부채 비율이 꾸준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 

 

또한 이들 국가는 높은 가계부채 비율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위험에 대비해 꾸준히 부동산 세제 등을 정비하며 대응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실제 앞서 언급한 북유럽 4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21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높았으나, 3년이 지난 현재 한국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노후 대비가 매우 부실한 상황인 만큼, 가계부채 리스크가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은퇴한 가구 중 생활비가 “여유 있다”라고 답한 가구는 10.5%에 불과했으며, 가구주가 아직 은퇴하지 않은 가구 중 노후 대비가 “잘 되어 있다”라고 답한 가구는 겨우 7.9%에 불과했다. 노후 소득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부채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편 금융당국도 최근 가계부채 확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금융감독원·한국은행·은행연합회·5대 시중은행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가계대출 현황 및 향후 관리방안 ▲하반기 가계부채 리스크 요인 등을 논의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GDP 기준년도 개편으로 인해 가계부채 비율이 93.5%로 하락했으나 여전히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인 만큼, 가계부채를 일관되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가계부채 전반에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대출관행’을 확립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노력과 더불어, 금융권 스스로 가계부채의 중요성에 대해 당국과 인식을 공유하면서, 차주의 상환능력을 감안한 대출이 일선 현장에서 취급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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