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청소년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폭로해 사적제재를 가한 유튜버들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나섰다. 일각에선 사적제재가 만연해지면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은 11일 밀양 청소년 성폭력 사건 가해자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해 총 16건의 고소장과 진정서가 접수됐다면서 명예훼손·업무방해 등 혐의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유튜버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소 대상에는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와 영상을 퍼 나른 또 다른 유튜버, 댓글을 단 네티즌 등이 포함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 폭로 유튜브 영상에 대한 심의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유튜브 ‘나락 보관소’는 커뮤니티 게시글에 “나락 보관소 채널이 방송통신위원회 심의를 받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방심위 관계자는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13일 회의가 있었으나 해당 유튜브 채널의 관련 영상이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았다”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튜브 영상에 대해 게시물 삭제, 접속차단 등의 시정 요구를 의결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강제성은 없다. 유튜브는 법원 판결이 있거나 자체 규정을 위반한 경우 조치하는 자율 규제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한편, 해당 유튜브의 가해자 신상공개에 피해자 가족의 동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 측은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튜브 <나락 보관소>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도, 경청하지도, 반영하지도 않았다.”라며 “유튜브 콘텐츠를 위해 피해자가 희생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피해자의 자발적이고 진정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그 어떤 제3자에 의한 공론화도 피해자의 안녕과 안전에 앞설 수 없다”면서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경쟁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개인의 사적제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2021년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집에 침입해 둔기로 그의 머리 등을 때린 20대 남성 A씨에 대해 법원은 사적보복을 하기 위해 폭력 행위를 저지른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징역형을 내렸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 정보를 공개했던 '배드파더스' 역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재판부는 "사적제재가 제한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유죄판결을 내렸다.
전문가들 역시 사적제재 과정에서 명예훼손 등 법을 위반하거나, 오판의 결과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칼럼에서 “국가기관이라면 다양한 검증 장치에, 오판을 되돌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사적 제재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또는 보상할 수 있는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면서 “국가는 형사사법의 공정성과 시민의 눈높이, 법 감정이 반영된 법률과 사법제도를 통해 사적제재가 필요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사적제재를 형법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미 의회는 2018년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적인 사적 제재’인 린치를 연방 형법상 범죄로 규정했다. 린치는 ‘증오 범죄’로써 살인 등과 같은 연방 형법 상의 범죄 중 하나로 처벌된다.
유호경 기자
저작권자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기사는 '이코리아'(http://www.ekoreanews.co.kr/)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슈] 집단 휴진 서울대병원, 여간 연장진료하는 공공의료원, 왜 다를까? (0) | 2024.06.17 |
---|---|
해양쓰레기 수거 로봇 맹활약, 청정바다 만든다 (0) | 2024.06.14 |
부안 지진에 한빛 원전 안전성 논란 재점화 (0) | 2024.06.13 |
국방헬프콜 설치 10년, 군내 가혹행위 증가한 이유는? (0) | 2024.06.12 |
급발진 의심 사고 때 입증책임, 미국과 한국 완전 달라 (1) | 2024.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