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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급발진 의심 사고 때 입증책임, 미국과 한국 완전 달라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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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출처-뉴시스]

KG모빌리티(KGM·옛 쌍용자동차)가 10일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첫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차량 결함을 소비자가 증명해야 하는 지금의 제도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GM은 입장문을 통해 “불의의 사고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을 유가족(원고)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것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법원에서 상세히 소명해왔지만, 원고 측의 재연시험 결과 발표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라며 공식입장을 밝히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KGM은 ▲지난 4월 진행됐던 공식 재연시험 방법이 사고 당시 모습과 달랐던 점 ▲KGM의 추가 주행 시험 결과가 국과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 점 ▲원고들이 지난 5월 진행한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 기능 재연시험은 객관성이 결여된 점 등 3가지 이유를 들며, 할머니 측 주장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KGM은 사고기록장치(EDR)는 에어백이 터질 정도로 강한 충격이 있어야 사고 기록을 저장하고, 그 기록은 에어백이 전개된 때로부터 소급해서 ‘마지막 5초’뿐이기 때문에 모든 주행 구간에서 ‘풀 액셀’을 밟은 건 실제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KGM은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인 역시 “운전자가 모든 주행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연 시험을 한 장소와 실제 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차이가 있어 데이터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KGM은 “사건 차량이 실제로 시속 100㎞로 주행한 구간은 오르막으로, 재연 시험은 평지에 가까운 구간에서 이뤄져 데이터의 차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시행한 주행 시험과 별개로 이 사건 사고 당시 조건에 따라 KGM의 제안에 의해 실시된 감정 결과, 감정인은 국과수 사고조사보고서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분석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KGM은 “AEB 재연시험은 법원을 통하지 않은 사적 감정으로, 객관성이 담보된 증거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며 “국과수에서 이미 차량에 기계적 결함이 없다고 나온 사고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재판 과정에서 위 결론을 뒤집을만한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도현이 가족의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KGM 측 주장은 여태까지 이뤄진 감정을 통해 밝혀진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라고 반박했다.

 

급발진 사고에 대해 제조사와 피해자 간의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경우는 현행 「제조물책임법」에 이유가 있다. 「제조물책임법」에 따르면 제조사가 아닌 피해자가 제조물의 결함과 피해를 입증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때 입증책임을 피해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재판 과정에서 소비자 측의 요구에 따라 제조사는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걸 입증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소비자에 배상해야 한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로 같은 차량에서 비슷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할 경우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에 들어간다. 

 

피해자가 사고 피해를 입증할 자료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EDR은 사고 당시 영상을 기록할 뿐 아니라 사고 당시의 차량운행 속도와 조향각도, 브레이크 작동 여부 등 자동차 운행 데이터를 모두 기록하기 때문에 급발진 의심사고의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5초)와 달리 25초 전부터 감지하고, EDR이 달려있는 차량이라면 소비자가 기록을 열람할 수 있고, 보험회사가 즉각 데이터를 조회해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디지털 사고분석 도구인 CDR(충돌 데이터 검색)과 EDR을 사용해 사고 때의 데이터를 추출해 손해보험회사에 보고하고 있다. 국내는 관련법이 없어 수사기관인 경찰, 국과수에 제출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007년 오클라호마주에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해 2명의 사상자가 생기자 법원은 제조사 토요타측의 과실을 인정하고 두 피해자 측에 각각 150만달러씩을 배상토록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인해 토요타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의 리콜을 해야만 했다.

[사진-의안정보시스템]

정치권도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에  대해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조웅천 전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조물 책임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도현이법’은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되었다. 22대 국회 역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시 해당 법안을 두고 급발진 건을 관할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반대 의견인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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