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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끝나지 않는 ‘직구 규제’ 논란, 전문가가 본 해법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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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최근 불거진 해외직구 규제 논란과 관련된 2개의 청원이 올라와 잇따라 성립 인원 5만 명을 돌파하며 누리꾼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해당 청원들은 둘 다 지난 5월 22일에 올라온 청원으로, 청원이 종료되는 6월 21일 이전에 성립 인원 5만 명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직구 금지 논란은 지난달 16일 정부가 6월부터 KC 인증이 없는 어린이 제품과 생활용품, 신고·승인을 받지 않은 생활 화학제품 등 80여 개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를 원천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중국 플랫폼을 통한 해외직구가 급증하며 독성 물질이 검출되는 미인증 제품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반입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발표였다.

 

하지만 해외직구의 전면 금지로 인해 생겨날 부작용을 우려하며 소비자의 반발과 정치권의 비판이 잇따랐다. 부품을 다품종 소량 생산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중소 기술기업과 연구소, 지나치게 넓고 애매한 완구류의 정의에 혼란을 겪는 피규어, 프라모델, 에어소프트 등의 취미를 지닌 동호인들, 그리고 해외에서 자녀를 위한 유모차, 완구류 등 유아용품을 저렴하게 직구해온 학부모 등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진 것이다. 5월 25일에는 해당 정책에 반대하는 5백여 명의 소비자가 광화문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또 알리와 테무 같은 중국 플랫폼들이 정책이 발표되자마자 KC 인증 의무화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서며 결국 중국 플랫폼을 규제하는 대신 아마존, 라쿠텐 등 중국 외 국가의 플랫폼만 규제의 영향을 받아 중국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정부는 정책을 발표한 지 3일 만에 "80개 품목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해외직구를 차단·금지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직구 규제가 '사실상 철회' 되었다는 추측만 나오고 있을 뿐, 정부가 직구 규제 정책을 완전히 백지화한다고 발표하지는 않은 상태라 소비자의 우려와 중소기업의 혼란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각 청원의 세부 내용을 살펴봤다. 첫 번째 청원인은 무분별한 해외직구 규제에 반대는 동시에 KC 인증 국영화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올라왔다. 성립을 위한 최소 인원인 5만 명을 돌파한 해당 청원은  10일 기준 5만 6천명의 동의를 넘은 상황이다.

청원인은 정부가 6월부터 직구 규제를 시작한다는 내용을 5월 16일에 갑작스럽게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또 무분별한 해외 직구와 통제를 막는다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중국 플랫폼의 제품은 KC인증을 받아 허가받아 들어올 수 있는 반면, 유럽 등 타 국가의 제품들은 이중으로 KC인증을 요구하며 수입 장벽이 높아지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정부는 KC 인증을 비영리 기관에서 영리 기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는데, 그렇게 되면 KC 인증 영리화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오히려 KC 인증 기관을 국유화해야 KC 인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 국회 국민동의청원 갈무리

한편 두 번째 청원은  직구 과정에서 위험한 제품이 반입되는 것을 차단하면서도 현재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설정된 차단 품목을 합리적으로 설정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광화문 직구반대 시위를 기획한 '직구규제반대소비자회'에 법적 자문을 제공 중이며 게임이용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가 작성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발표한 해외직구 제한방안에 대해 유해물질 포함 제품을 차단하는 등 어린이를 비롯한 구매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킨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한편, 지나치게 광범위한 차단 품목으로 인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예시를 들었다. 그간 소비자는 해외직구를 통해 국내에서 구매하는 경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능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으며, 상당수는 외국 시장에 유통되는 것으로서 KC인증에 준하는 다른 국제안전표준을 취득한 제품들이었지만 직구가 제한될 경우, 대부분의 전자제품 해외직구가 차단되어 소비자는 '선택권'이 제한된 채 종전보다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에 더해 소규모 중개업자를 통한 수입품 구매의 경우 해외 직구를 통하여 구매하는 것 보다 오히려 피해를 보상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정말 소비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도 지적했다.

 

이 외에도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직구 규제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 그리고 헌법 제119조 제1항에 따른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법적인 부분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변호사는 정부가 해외 직구 규제를 시행하려면 '해외직구 제한방안'의 대상 품목을 합리적인 범위 내로 축소하는 한편, 국회는 광범위한 해외직구 차단조치를 최소화하면서도 해외직구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입법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철우 변호사 = 게임이용자협회 제공

이철우 변호사는 10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직구 규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정책이 사실상 철회되었다는 추정만 나오고 있을 뿐,  정부가 앞으로 직구 규제의 방향에 대해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은 게 아니라고 다들(소비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직구 규제를 백지화한 것인지, 혹은 보강 후 다시 시행할 것인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올린 취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구 규제의 방향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감사 혹은 입법 과정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올리게 되었다고도 설명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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