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재진출을 선언한 우리금융그룹이 핵심 인재 영입 및 사옥 확보에 나서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0년 내 업계 10위권 초대형 IB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승부수가 이번에도 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3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인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고, 합병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의했다. 우리금융은 금융위원회의 합병 인가 등 절차를 밟아 올해 3분기 중 증권사를 출범하고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8월 중 문을 열 우리투자증권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우리금융은 인재 확보 및 사옥 마련 등에 나선 상태다. 우선 사옥은 과거 대우증권 사옥으로 쓰였던 서울 여의도 미래에셋증권 빌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2일 여의도 사옥 매각을 위한 자문사를 선정해 관련 협의 및 절차를 진행한 결과 우리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또한, 우리금융은 미래에셋 출신을 중심으로 인재 확보도 추진 중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과거 영국대사관 재경관 재직 중 인연을 맺은 남기천 전 멀티에셋자산운용 대표(당시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장)를 우리투자증권 대표로 발탁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양완규 전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금융 부문대표를 우리종금 IB(기업금융)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 밖에도 홍순만 인사본부장, 김진수 경영기획본부장, 박현주 캐피탈마켓(CM) 본부장 등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거친 인물들이 우리투자증권 핵심 인재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서는 초대 CEO인 남기천 대표와 호흡을 맞추기 용이한 데다, 미래에셋에 인수되기 전까지 1위 증권사였던 대우증권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투자증권의 초반 성장을 위해 최적의 인재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종금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초기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투자증권의 빠른 성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한 메리츠증권은 이후 약 10년간 종금업을 겸영하면서 종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및 발행어음 등을 통해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초대형 증권사로 도약했다.
우리금융 또한 “증권사와 종금사 합병 시에는 일정기간 종금업 겸영기간을 두는 것이 과거의 사례”라며 “겸영기간이 주어지면 종금업은 겸영기간 동안 지속 영위하여 질서 있게 증권사로 전환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로서의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추고 대형사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새로 출범할 우리투자증권이 빠르게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포스증권의 경우 펀드 판매 중심의 증권사로 주식·채권 등의 금융상품에 대한 중개업을 하려면 추가 라이선스 획득이 필요하다.
10대 증권사와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자본 규모도 문제다.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1조1000억원, 500억원으로 합병 후에도 1조1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자기자본이 4~9조원에 달하는 10대 증권사와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상당하다.
이 때문에 우리투자증권이 빠르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우리금융의 증권사 추가인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우리금융은 지난달 3일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의 합병 소식을 발표하며 “그룹의 증권사 전략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매물 출회시 추가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재임 시절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농협금융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현재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업계 3위의 초대형 IB로 성장한 상태다. 우리금융으로 자리를 옮긴 임 회장의 두 번째 증권사 인수 시도가 또다른 성공으로 귀결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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