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골프선수 박세리 씨의 부친 박준철 씨가 새만금 개발사업 참여 목적으로 박세리희망재단의 도장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피소된 가운데 <이코리아> 취재 결과 해당 사업 추진 배경에 몇 가지 의문을 확인했다.
박준철 씨와 골프학교 설립을 함께 추진한 민간업체는코스닥 상장사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희림)와 증권·건설업계 중견기업이 뭉친 연합체(컨소시엄)인 ‘글로벌블루피아랜드’로 밝혀졌다.
애초에 박세리희망재단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단체의 재단법인이라 정관상 내외국인학교 설립 및 운영을 할 수 없다. 이에 해당 컨소시엄이 개발사업 초기 단계에서 참가자 측의 기본 약관도 챙겨보지 않았다는 점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또 3000억 원 상당의 해양관광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박세리희망재단의 공시서류 체크도 하지 않은 채 단지 유명 골프선수의 아버지라는 ‘이름값’만으로 사업을 진행한 점도 석연치 않다.
글로벌블루피아랜드가 어떤 경위로 박준철 씨와 손을 잡고 함께 새만금 개발사업을 추진한 것인지에 대해선 국내 언론에서 상세하게 밝혀진 바 없다. 이에 <이코리아>는 해당 사안에 대해 관련 업체들과 통화를 통해 내막을 알아보았다.
앞서 새만금개발청은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 후 사업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우선협상자가 제안한 ‘박세리희망재단이 참여하는 국제골프학교 사업’이 허위 서류로서 실현 불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우선협상자 지정 취소 처분을 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협상자는 사업 시행자로 확정된 게 아니라 사업계획 검증 과정 등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언제든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임시적 지위”라며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 사업은 민간 자본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 우선협상자 지정 취소에 따른 국고 손실은 없고 우선협상이행보증증권 청구로 새만금 사업 지연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촉발한 새만금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개발 사업은 새만금 사업지 남쪽 1호 방조제 동편 관광레저용지에 민간 주도로 3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1.64㎢ 규모의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글로벌블루피아랜드 연합체는 총 6개사로, BNK투자증권과 동원그룹 산하 동원건설산업, 중해건설 등 증권·건설업계 중견기업이 참여했다. 대표사는 매출 2000억 원대의 코스닥 상장사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다.
올해 5월에 나온 희림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희림은 지난 2020년 12월 11일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새만금투자개발에 출자를 했다. 이후 2022년 6월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해양레저관광복합단지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글로벌블루피아랜드 연합체(컨소시엄)를 선정했다.
당시 이 연합체는 해양 골프장, 웨이브 파크, 마리나 및 해양레포츠센터 등 관광·레저 시설과 요트 빌리지, 골프 풀빌라 등 주거·숙박시설, 국제골프학교 조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제골프학교 조성이 허위 서류로 꾸며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새만금개발청은 최근 우선협상자 지정을 취소 처분했다.
다만 2년이나 지난 지금 허위서류를 발견했는데, 일각에서는 본격 서류조사가 이토록 늦어진 점에 대해 통상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는 “따로 코멘트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세리희망재단은 전국 어느 곳에도 국제골프스쿨 및 박세리 국제학교를 유치하거나 설립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보도자료를 통해 “박세리희망재단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정관상 내외국인학교 설립 및 운영을 할 수 없다”며 “이 사안과 관련해 이사회를 거쳐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위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고, 현재 경찰 수사가 완료됐으며 검찰에 송치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당시 새만금개발청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우선협상자 제안서에 처음부터 국제골프학교 사업이 들어가 있다. 박준철 씨가 시작부터 컨소시엄과 함께 했다는 것인데, 주관사인 희림은 박준철 씨가 박세리희망재단 이사회 명단에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걸까.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홍보팀은 20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그런 걸로 알고 있다. 정확한 내용은 우리도 잘 모른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며 “이번 사안으로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따로 법률적인 문제나 언질 등을 받은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로 공식 입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피소건으로 새만금 주무관청이 희림 컨소시엄의 3000억원 규모 사업권을 박탈하면서 향후 참여 기업들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해당기업들은 어떻게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 걸까.
BNK투자증권 관계자는 “BNK투자증권이 글로벌블루피아랜드 컨소시엄(연합체)에 참여한 것은 연합체 측의 요청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컨소시엄에는 참여했지만 자금 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본 사업이 진행된 것도 아니라, 새만금 개발사업 참여 제한 등의 행정처분 외에는 별도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박세리 씨 부친 박준철 씨와의 MOU와 관련해서는 당시 담당자 퇴사로 자세한 사정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컨소시엄에 참가한 동원건설산업의 경우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모기업인 동원그룹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자금 지원을 받은 상황이다.
지난 5월 13일 동원산업과 동원홈푸드는 계열사인 동원건설산업이 신한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총 300억 원 채무에 대한 담보물을 제공했다고 공시했다. 동원산업과 동원홈푸드가 제공한 담보물은 경기도 시흥시에 위치한 창고시설로 담보금액은 360억 원이다. 담보금액은 대출약정금의 120% 수준이다.
앞서 같은 달 7일 동원건설산업은 60억 원 한도의 기업운전일반자금대출을 약정하면서 동원홈푸드 소유 건물 2개 동을 공동담보로 제공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동원건설산업의 작년 말 공사미수금은 1116억 원으로 전년(346억 원)보다 약 3배 가량 늘었다.
동원건설산업은 작년 말 조성진 전 대우건설 전무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지만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동원건설산업은 어떤 경위로 글로벌블루피아랜드에 참여하게 됐을까. 또 새만금청으로부터 사업권을 박탈당하면서 회사의 피해는 없을까.
이에 대해 동원건설산업 관계자는 “저희 같은 경우는 영업 활동 차원에서 시공사로 참여하기 위해 컨소시엄에 들어갔다”면서 “유동성 리스크와는 상관이 없다. (기존 유동성 리스크의 경우) 다른 시행사들이 어렵다 보니 우리에게 자금 지급이 늦어져서 그런 것이며, 컨소시엄의 경우 돈이 늦게 들어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자금이 들어가거나 공사가 집행된 것이 아니라서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실무를 맡았던 담당직원으로부터) 박준철 씨의 골프학교 설립 부분이 전체 사업에서 크거나 그렇진 않았다는 걸로 들었다”면서 “이번 일로 새만금개발청으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거나 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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