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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기업 ESG의무공시는 글로벌 추세, 한국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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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그린피스]

 

 

각국에서 기후정보 공시 의무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14일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기후관련 정보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개정안이 통과되어 금융위원회가 미뤄둔 기업의 ESG 의무공시를 앞당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후정보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자료로 떠올랐다. 국제회계기준(IFRS)이 기후공시 표준을 공개함에 따라 산재해 있던 공시표준이 통합될 움직임이 보인다. 이에 따라 ESG 정보에 대한 접근성 개선은 물론이고 활용도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FRS는 기업들이 지속가능성(S1)과 기후(S2) 위험, 그에 따른 기회 요인의 발생을 판단해 ▲사업모형과 전략 ▲재무상태 ▲현금 흐름 등에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고 분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IFRS의 공시표준 발표에 앞서 유럽연합(EU)에서는 유럽지속가능보고표준(ESRS)을,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정보 공시 규정을 공개하면서 기후정보 공시 표준을 수립하고 의무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본은 ISSB 표준안과 별개로 이미 올해 3월 기업의 유가증권 보고서 등에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 법제화를 마쳤다. 또한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기후 관련 정보에 대해 주주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심의를 받는 절차인 “Say on climate(세이 온 클라이밋)”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EU와 미국의 기후 공시 제도는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에도 단계적인 공시의무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현지 증시에 상장돼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 상장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이 기업들의 협력업체들도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상당수도 직간접의 영향을 받게 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도 기후공시와 관련한 자체 기준안은 물론 ‘로드맵’조차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규제당국인 금융위원회가 기후공시를 법정 공시가 아닌 한국거래소 공시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재계의 요청에 따라 2026년 이후로 연기시킨 의무 공시시기를 앞당기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온다. 지난 14일엔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기후관련 정보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업보고서 공시 항목에 ▲재무제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가능성이 있는 기후변화 관련 기회와 위험 및 대응계획, ▲온실가스 요소별 배출량과 감축목표, ▲이행 현황과 의사결정구조 등을 신설하였다. 덧붙여 이사회는 기후 대응계획과 감축목표, 그에 따른 이행계획을 정기주주총회에서 표결 대상 안건으로 상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날 열린 ‘자본시장법 개정 위한 기자회견’에서 김 의원은 “의무 공시시기 연기는 ESG 공시를 강화하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이자 탄소중립을 기준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 중인 산업 변화와도 엇나가는 결정이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 정보를 법정 공시하도록 하고, 거짓 공시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정책 로비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향후 금융위가 발표할 로드맵과 가이드라인을 검토하면서 기후 공시 법제화를 위한 캠페인 전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그린피스 관계자는 15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회기 중 통과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시기적으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발의를 하게 된 까닭은 시민들과 국회의원분들께 끊임없이 문제제기하여, 다음 회기에 기업의 기후 대응 정보를 법정 공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행정부와 사법부의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이 후진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와 167명의 시민 소송단과 함께 기후공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법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 청구’라는 기준을 도과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그린피스는 “각하 결정은 사법부의 후진적인 기후 인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주요국의 기후위기 인식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해외 법원들은 국가에게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 책임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2023년 8월 미국 몬태나주 법원은 “주 정부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화석연료 개발을 승인해 깨끗한 환경에서 살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몬태나주 청소년 16명이 2020년 3월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몬태나주 법원의 캐시 실리 판사는 판결문에서 “‘안정적 기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관한 권리에 포함된다”며 “몬태나주가 환경정책법에서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허가할 때 기후 영향을 고려하지 않도록 한 것은 위헌”임을 명시했다.

 

네덜란드에선 2015년의 우르헨다 판결로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백히 하였고, 2021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기후변화대응법의 미진한 목표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였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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