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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이진숙 청문회'서 '망 사용료' 이슈 재점화, 해외 상황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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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 뉴시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이 후보자가 해외 OTT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동안 논의가 멈췄던 망 사용료 문제가 다시 논의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이날 의원들은 질의 과정에서 망 사용료 징수를 통해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의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의를 이어갔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망 무임승차의 경우 시장의 사적 계약의 자율성을 우선해야 하지만, 힘의 차이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규제 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매출 7,500억원을 거두면서도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국내 트래픽의 약 30%를 차지하는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라며 망 사용료의 필요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넷플릭스의 경우 7,500억 원에서 7,700억 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웨이브와 티빙의 경우 각 2,500억 원의 매출이 잡히고 있다.”라며 국내 OTT가 해외 OTT에 비해 비대칭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 후보자는 임명 시 망사용료를 둘러싼 토종·외산 플랫폼 간 비대칭적 구조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의 망 사용료 논쟁은 지난 2020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 지불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며 본격화되었다. 국내 통신업계는 소수의 해외 콘텐츠 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대다수를 점유하며 한국의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글로벌 CP는 자신들이 단순한 무임승차자가 아니며 해저 케이블, 데이터 센터 및 캐시, 로컬 피어링 등 이미 네트워크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국내 서비스 제공업체에 별도의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더해 망 사용료 부과가 소비자와 인터넷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거나 국내 콘텐츠 업계가 망 사용료가 K-콘텐츠의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등 찬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논의가 이어졌으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양사가 지난해 9월 분쟁을 끝내고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개별 기업 간의 분쟁들 역시 종결되며 논의는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12월 아마존이 보유한 글로벌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가 망 사용료를 이유로 한국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며 망 사용료 문제가 잠시 다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트위치는 한국 시장 철수의 이유로 높은 망 사용료를 지목했으나, 국내 통신업계는 트위치가 철수한 이유는 단순히 트위치의 경쟁력 저하로 인한 사업 실패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 미국 무역대표부 누리집

 

한편 넷플릭스, 구글 등 대규모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 위치한 미국은 한국의 망 사용료 징수 흐름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미 무역대표부는 지난 4월 대외 무역 장벽에 관한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펴내며 한국의 경우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가 한국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되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일부 한국 ISP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며 그 자체로 콘텐츠 제공자이기도 하므로, 결국 망 사용료는 한국의 주요 3대 ISP의 과점 체제를 강화하는 반경쟁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2년에는 아마존, 애플, 구글 등 미국 주요 ICT 기업이 소속된 미국 컴퓨터통신 산업협회 (CCIA)가 망 사용료 법안이 한미 FTA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CCIA는 ‘한국의 망 사용료 입법이 한미 양국 간 디지털 교역을 위협한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망 사용료 의무화가 결국 한국 콘텐츠 사업자와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빅테크를 적극적으로 견제 중인 유럽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요 통신사와 구글·넷플릭스 등 플랫폼 기업 간의 망 사용료 분쟁이 발생하며 망 사용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IC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4’에서는 유럽을 주축으로 글로벌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모여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비용 분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보다폰과 텔레포니카 등 유럽 지역 통신사들이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발간한 '디지털 네트워크 법(DNA·Digital Network Act)' 백서를 통해 ISP와 CP 간 트래픽 처리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망 사용료 지급 방식과 관련한 정책적 논의를 새롭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집행위는 지난해 연평균 트래픽 5%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에게 망 투자 비용 분담 및 협상 의무를 부과하는 ‘기가비트 연결 법’의 제정을 검토하기도 했다. 한편 이는 한동안 EU가 망 사용료와 관련된 별도의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인 논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유럽 지역에서도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각도로 표출되고 있다. 유럽 전자통신규제기구(BEREC)는 망 사용료가 콘텐츠 가격 상승, 서비스 품질 저하, 중소기업(SME)의 비용 증가, 인터넷 접근 비용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유럽 방송 연맹(EBU)은 망 사용료 도입이 미디어 다양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디지털 권리 단체들이나 콘텐츠 업체들이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에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공정한 비용 분담을, 다른 한쪽에서는 인터넷의 개방성과 혁신을 강조하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어, 당분간은 첨예한 논의가 이어지며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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