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의 보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며 전 세계적으로 항공, 방송 등 여러 분야에서 IT 대란이 일어났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공항에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되거나 지연되었으며 런던 증권거래소, 말레이시아 증권거래소 등 증권가에서도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또한 영국의 스카이 뉴스, 호주 ABC 등 세계 각국 방송사들은 생방송을 중단했으며 MS365, XBOX 게임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다양한 서비스도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CNN은 이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마비 사태로 인해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역사상 가장 큰 전산 마비 사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성을 높이고, 소수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토안보부를 중심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와 재발 방지에 착수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마비 사태가 처음 시작된 19일부터 즉각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지방 단체와 기반시설 파트너 등과 시스템 다운을 완전히 분석하고 대처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미국 하원은 조지 커츠 크라우드스트라이크 CEO를 청문회에 소환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인 마크 그린 의원과 사이버보안 및 인프라 보호 소위원회 위원장 앤드류 가바리노 의원 등 국토안보위원회 소속 하원의원들은 커츠 CEO를 소환해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경위와 회사의 향후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증언하도록 했다. 의원들은 “미국인들은 이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와 회사가 취하고 있는 완화 조치에 대해 자세히 알 자격이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교통부는 타 항공사에 비해 복구가 늦어지고 있는 델타 항공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델타 항공은 IT 시스템의 절반 이상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다른 미국 항공사들이 정상 운행을 개시한 뒤에도 서비스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델타 항공은 운항을 재개하고 서비스를 복구하는 데 집중하고 교통부의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이번 사태를 계기로 IT 대란에 관한 예방책을 논의하고 각종 플랫폼 기업에 멀티 클라우드 구축을 권고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서울 용산구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제3차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열어 IT·보안 전문가들로부터 사고 방지 대책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위원회에서는 지난주에 발생한 전 세계적인 디지털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정보통신기술 시스템 장애 원인 및 피해 현황’을 보고받았으며, 이에 따라 유사 장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점진적인 배포 체계 마련, 실제 환경 적용 전 충분한 사전 테스트 시행, 중앙 관리 통제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었다.
또한 부가 통신 사업자로 쿠팡, 데이터센터 사업자로 카카오와 에퀴닉스를 재난 관리 의무 대상자로 지정하는 방안 역시 보고되었다. 정부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를 계기로 개정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따라 SKT, KT 등 기간통신사업자와 함께 카카오, 네이버 등 부가통신 사업자와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재난 관리 의무 대상자로 지정해 관리해오고 있다.
위원장인 강도현 제2차관은 “지난주에 발생한 전 세계적인 디지털 대란은 안정적인 디지털 서비스의 공급과 이를 뒷받침하는 안전한 디지털 기반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면서,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재난 관리 체계의 구축을 위해 과기정통부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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