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기업 큐텐이 운영하는 티몬·위메프에서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하면서 입점업체들의 연쇄 도산으로 위기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은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의 뒤늦은 대응에 비판하며, 정부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고 있다.
◇ 망연자실한 소비자·입점업체... 현장 목소리 전한 언론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트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티몬’, ‘위메프’, ‘큐텐’ 등을 검색한 결과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총 153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티몬이 입점업체에 정산 지연 가능성을 통보한 22일 16건에서 23일 72건. 24일 283건, 25일 722건으로 기사량이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25일에는 금감원·공정위가 티몬·위메프에 대해 긴급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본사를 찾아가 항의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가장 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 관련 보도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자들’이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판매자’ 대금 정산은 물론 ‘소비자’에 대한 환불까지 중단되면서, 최대 ‘피해자’인 고객과 입점업체의 추정 피해규모 및 반응 등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티몬·위메프 본사에 몰려든 소비자를 비롯해 정산 지연으로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현장 취재 기사도 다수 보도됐다. 한국일보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를 찾아 수백명의 고객이 환불을 요구하며 몰려든 상황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머지 사태를 겪고도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 정말 법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할 때”라는 피해자의 발언을 전하며 “피해자들은 한목소리로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사측과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정부에 원망을 쏟아냈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를 3년 전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와 비교하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 실제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피해 눈덩이… ‘제2 머지포인트’ 사태 우려”(세계일보), “‘머지사태’ 재현되나, 티몬·위메프 소비자 피해 속출…”(중앙일보), “현실화된 ‘셀러런’ 소비자는 발 동동… ‘머지 사태’ 때보다 피해 더 커질 수도”(경향신문) 등의 기사 제목이 눈에 띈다.
머지포인트 사태 관계자 처벌 및 피해보상 현황을 전하는 매체도 있었다. 국민일보는 25일 기사에서 “머지포인트 사태 피해자 A씨 등 143명은 권남희 머지플러스·서포터 대표와 이커머스 업체 6곳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10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지었다”라며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동생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해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 징역 8년과 53억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받은 사실을 전했다.
◇ 언론, “머지 사태 후 3년, 공정위·금감원 뭐 했나” 비판
한편, 언론은 정산 지연에 따른 입점업체의 줄도산 방지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25일 사설에서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율이 어렵다”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며 “법학교수 출신이니 그의 말에 법적으로 틀린 데는 없을 것이다. 민사 문제라면 당사자 간 해결이 원칙”이라면서도 “하지만 지난달 두 회사를 합해 1조원이 넘게 결제된 쇼핑몰에 사고가 터졌는데 정부가 손 놓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어 “두 회사는 공정위가 관할하는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되는 통신판매 중개업자다. 표시 광고나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들 업체가 전자금융업자이기도 한 만큼 금융감독원도 현금 유동성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3년 만에 더 큰 규모의 정산 지연 사태가 다시 발생한 만큼, 금감원과 공정위 등 관계 당국의 게으른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25일 사설에서 “두 회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관할하는 통신판매 중개업자”라며 “머지 사태를 겪고도 그동안 공정위가 전자상거래 업계에 아무런 제약도 하지 않고 무슨 재발방지책을 세웠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정작 공정위는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라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다가, 대통령실 지시를 받고 나서야 25일 현장점검에 나섰다”라며 “금융감독원도 뒤늦게 이들 업체의 현금 유동성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관련 당국이 제도적 한계만 언급하면서 한가하게 손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또한 이날 사설에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라며 “한기정 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미정산 문제는 민사상 채무 불이행 문제라 공정거래법으로 직접 의율이 어렵다’고 남일 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이제서야 정산 상황 모니터링에 나선 금융감독원은 여태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지금부터라도 소비자와 판매업체 피해를 줄일 방안과 함께 판매 대금 정산과 관리의 허점을 보완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는 26일 기사에서도 “앞서 중기부는 지난 18일 위메프와 함께 약 350개 소상공인의 온라인 시장 진출 활성화를 돕는 ‘온라인 홍보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라며 “중기부가 큐텐그룹발 정산 지연 사태가 벌어지기 전 해당 활동들을 펼쳤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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