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면서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서울 지역의 일부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한 대규모 주택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8일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크게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 △비아파트 공급시장 정상화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과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발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선호도 높은 입지에 주택 공급…서울 일부 그린벨트도 해제 예고
우선 선호도 높은 서울·수도권 우수입지 후보지를 내년까지 당초 대비 4배 규모인 총 8만호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선호도가 높은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가칭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 제정을 통해 기존 개발사업들의 사업 기간 단축도 추진된다.
기존에 단계별로 추진해야 했던 기본계획·정비계획 수립 절차나 사업시행·관리처분 인가 절차 등을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요건은 기존 75%에서 70%로 완화하고, 조합 총회도 온라인으로 총회와 투표를 하는 전자의결 방식을 허용한다.
조합 내 갈등으로 인한 집행부 교체 등이 사업 지연으로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임원이 해임되면 지자체가 전문조합관리인을 선임하고, 조합 요청이 있는 경우 사업관리와 조합 운영 등을 도와주는 공공관리인 제도도 도입한다.
공사비 변동으로 인한 사업 지연 예방을 위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는 요청이 없더라도 공사비 갈등 등을 조율할 수 있는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하고, 한국부동산원에도 '공사비 검증 지원단'을 신설해 빠르고 내실 있는 공사비 검증 절차를 갖추도록 했다.
또 특례법을 통해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일반주거지역은 최대 330%, 역세권 정비사업 지구는 최대 360%까지 3년 한시적으로 올려주고,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공급 의무비율도 폐지해 사업성을 높여주기로 했다.
올해 5만호 중 2만호에 대해서는 신혼·출산·다자녀가구를 위한 분양·임대주택을 최대 70% 공급되도록 추진한다.
국토부는 또 “사업 추진 중인 3기 신도시, 수도권 택지 등에서 토지이용 효율성 제고 등을 통해 종전 3만호에서 2만호 이상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지자체 및 관계부처 협의 등 후보지 지정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발표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투기방지를 위해 올해 11월 신규택지 발표 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서울 인접 수도권 지역 등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된다. 정확한 입지는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서울의 집값이 굉장히 높은 상태로, 더 이상 집값이 올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도심 재건축이나 재개발 절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사업성을 높여주면, 결국은 도심에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및 시행령 개정 등 9월 본격 진행할 관련 법안의 국회 법 개정 속도에 따라 정책 현실화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공공 신축매입 공급 확대…빌라 등 비(非)아파트 시장 정상화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는 공공 신축매입을 늘려 내년까지 11만 호 이상을 집중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은 비(非)아파트 공급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제한으로 매입을 늘려, 확보된 물량을 전월세 형태로 공급하기로 했다.
실제 일종의 아파트 대체재 역할을 하던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 비아파트 공급은 최근 많이 감소했다. 2022년 비아파트 전국 인허가 건수는 11만6,612건이었지만 2023년 5만7,579건으로 감소하더니 올해 6월 기준 1만8,332건으로 줄어들었다.
이렇게 매입된 11만 호 가운데 최소 5만 호는 6년 임대 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분양전환형 신축매입 주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또 민간에 분양된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2025년 착공을 조건으로 LH가 미분양 매입 확약을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건설사의 미분양 공모를 해소하는 방안도 함께 포함됐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통해 국민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양질의 우량주택을 21만 호 이상 추가 공급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지에 신혼부부 주택 공급
한편, 정부가 서울 일부 지역의 ‘그린벨트’ 등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신규 택지를 조성하기로 한 데 대해, 서울시가 관련 후속 대책을 공개했다.
서울시는 9일 ‘주택 공급 확대방안’ 약식 브리핑을 열고 개발제한구역 해제 관련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먼저, 개발제한구역 해제 검토지에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신혼부부 대상 전세 주택’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해제지는 개발제한구역 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훼손지 등 보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관내 전체 개발제한구역 면적 149.09㎢ 중 125.16㎢ 면적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기존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던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일대는 이번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밖에 서울시는 현재 기준 용적률을 초과한 아파트 외 건축물을 대상으로 용적률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관내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 정비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개발제한구역 해제 대상지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오는 11월 중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는 흔들림 없는 서울시의 목표”라며 “중앙 정부와 협력해 충분하고 안정적인 주택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단기간 가용할 수 있는 주택공급 방안을 총동원하고 올해 인허가가 급감한 도심 내 비아파트(연립·다세대 등) 공급을 통해 전세가격 안정을 꾀한다는 면에서 일정 부분 정책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9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처리,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을 허용하는 등 순차 또는 단계별 처리를 일괄 통합 처리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인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신축 비아파트에 생애 최초 혜택과 1주택 특례혜택은 아파트 비해 공사 기간이 짧아 가시적 단기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 평상시 거래량이 상당한 편인 도심 비아파트 전세 시장에 추가 공급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면서 “아파트보다 시세차익 기대가 낮고 지난해 역전세와 전세 사기 이슈가 불거지며 호황기보다 구매수요가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서민주택 시장의 내 집 마련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임대차 수요가 많은 지역이니 서울 역세권 위주로 신축매입 수요를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집값 끌어내리기에는 보다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는 강북은 산이므로 결국 강남권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물량공급이 얼마나 가능하고 그걸로 시장안정효과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모 아파트 단지의 규모가 약 1만 세대라는 것에 비추어보면, 1만·2만·3만·4만이라는 식의 공급규모는 저런 아파트 단지를 1개·2개·3개·4개 짓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그러면 저 물량으로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울 전역으로 파급시킬 수 있느냐고 한다면 우리는 경험적으로 그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렇다면 굳이 서울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할 필요성은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책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대해 민감하게, 구체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전 정부의 실책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부동산으로 쏠리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최근까지 지적된 주택가격 상승의 경우 서울에서도 주요 구를 중심으로 전 고점 대비 가격회복 또는 넘어서면서 전반적인 거래량이 종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자연스러운 시장흐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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