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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방적 의료자문에 보험소비자 불만 확산... 美 보험업계는 공정성 보장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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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6개 손해보험사의 2022년 하반기 및 2023년 상반기 의료자문 실시건수 및 부지급률. 자료=손해보험협회

보험사의 의료자문 제도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관련 분쟁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사가 의료자문 제도를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만큼, 공정성에 의문이 들지 않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보험사·협회 및 학계·유관기관·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제2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보험산업 신뢰도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방안에는 보험사의 부당한 보험금 지급거절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자문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내용도 포함됐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 및 손해사정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피보험자의 질환 및 치료를 담당한 주치의의 소견 발급이 어려운 경우 주치의 이외의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르면, 보험사(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에 대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에게 조사를 의뢰하고나 자문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경우 전문적 의학지식을 갖춘 전문의에게 자문을 구할 수 있다. 

 

보험사는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의료자문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보험사의 의료자문 시행 빈도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보사 16곳이 지난해 하반기 시행한 의료자문은 총 3만1112건으로 전년 동기(2만5579건) 대비 21.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경우는 2443건, 부지급률은 7.9%로 같은 기간 대비 0.3%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보험가입자들은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보험금 지급거절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문제가 된 현대해상의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 지급 거부 사태의 경우에도 모호한 의료자문제도 떄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법무법인 비츠로 장휘일 변호사는 지난해 4월 국회 토론회에서 원칙적으로 손해사정사가 의료자문을 의뢰해야 하는데, 손해사정사가 보험사의 자회사인 경우가 많아 사실상 보험사가 직접 자문하는 구조라며 “축구 한일전을 하는데 심판이 일본 심판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 변호사는 “어떤 의사가 자문검토를 했는지 불분명하고, (관련 자료에는) 병원명만 기재하고 의사 도장도 없다”라며 현행 의료자문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처럼 보험사의 의료자문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업권 전체 민원은 총 49767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보험금 지급·산정 관련 민원이 2만2437건(45.1%)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의료자문을 통한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을 막고 과도한 분쟁을 예방하려면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의료자문제도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정부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인증한 독립의료심사기구(IRO)를 배정해 의료자문을 실시하도록 해 의료자문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고 있다. 

 

IRO는 국가가 인증한 민간인증기관인 활용·검토 승인위원회(URAC) 등으로부터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보호 ▲심사자 자격 증명 및 이해 상충 ▲심사과정 ▲내부・외부 심사 인증 및 자격 등과 관련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렇게 인증된 IRO는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로서 보험사의 보험금 산정 및 의료기준 검토를 담당하게 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보험연구원 김경선 연구위원과 홍보배 연구원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자문제도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 독립적인 자문의 인력풀(Pool) 확보가 필요하다”라며 “민영건강보험도 독립적인 민간기구나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자문절차를 마련하고 의료진의 참여를 독려해 독립적인 자문의 선정이 가능한 환경 및 제도적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의료자문 분쟁을 줄이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의료자문은 보험가입자가 진료·진단 받은 의료기관 보다 상급 기관에서만 실시하도록 하는 한편,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종합·상급종합병원 전문의로 자문의 풀을 별도 구성해 의료자문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의료자문 남발 및 특정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자문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현행 ‘의료자문 표준내부통제기준’ 내용 중 ▲의료자문관리위원회 설치·운영 ▲자문 단계별 절차 및 준수사항 등의 내용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의료자문 실시 사유에 따라 공시도 세분화해 의료자문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8일 보험개혁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료자문, 손해사정제도가 보험금 지급거절과 삭감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국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중립적이고 전문성 높은 전문의로 구성된 별도의 의료자문 풀을 구성하고, 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한 독립손해사정사 선임권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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