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임대주택 보유세 감면을 공식 요청했다. <이코리아>는 SH공사의 요청이 합당한 것인지 미국, 프랑스 등 주요국의 사례와 비교해 살펴봤다.
SH공사는 지난 5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에 공공임대주택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면제를 요청했다. SH공사가 보유 중인 공공임대주택(약 13만8000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담액이 2012년 28억 원에서 2021년 385억 원으로 13.7배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3년 SH공사의 ‘임대료 수입 대비 보유세 비율’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약 10%(93억원)정도였으나, 2022년에는 46%(697억원)까지 증가해 보유세가 임대사업 손실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처음부터 SH공사의 공공임대주택에 재산세를 부과받았던 것은 아니다. SH공사 등 임대주택, 택지개발 담당 지방공기업은 재산세 면제 대상이었지만 2012년 세법 개정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재산세까지 부과받게 됐다.
SH공사는 “공공임대주택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결국 공공임대주택의 사회적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SH공사는 지난 7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납부한 종부세를 돌려받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보유세 부과는 공공주택의 공급에 불필요한 규제란 입장이다. 김 사장은 “SH공사는 법과 제도 등으로 인해 시세의 30% 수준 임대료로 공공주택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시세대로 임대료를 받을 경우 대비 그 기여도는 연간 1조3000억원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외 주요국들은 공공임대주택에 재산세를 부과할까. 한국지방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선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를 장기간 면제하고 있다.
미국은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해 발생한 세수 결손을 정부가 보전하도록 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1986년부터 ‘저소득층 임대주택 세액감면(LIHTC)’ 제도를 운영하여, 입찰 방식을 활용해 더 낮은 임대료로 장기간 임대사업 계획을 제시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뉴욕시는 지방주택공사 소유 공공임대주택의 재산세를 50~60년 면제하며, 이후 면제 기간을 50~60년 연장할 수 있다.
프랑스는 공공임대주택을 사회주택(Logement Social)이라 부른다. 2025년까지 전국의 사회주택 비율을 전체 주택의 25%로까지 끌어올리는 부동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사회주택 재산세 감면액의 40~100%를 일정 동안 보전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파리시는 정부 지원을 받은 사회주택에 기본 15년에서 최대 30년까지 재산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또한 일관된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주택을 짓는 기업에게 사업비의 80%를 장기저리(약 1%)로 대출해주고 장기간에 거쳐 나눠 갚도록 하고 있다. 또 사회주택보다 소득기준이 완화된 중산층을 위한 ‘중간임대료 주택’을 짓는 기업에게도 혜택을 준다. 민간 부동산기업이 전체 공급량의 25%를 중간임대료 주택으로 공급하면 20년간 토지세를 면제해주고, 20%인 부가가치세를 절반으로 감면해준다.
SH공사는 값싸고 튼튼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어 서민에게 공급한다. 이런 좋은 일을 하는 공사에게 세금폭탄을 안기는게 합당할까. 그 결과는 서민층에게 피해로 돌아오지 않을까.
미국 등 선진국이 공공임대주택에 세금 감면 정책을 일관되게 시행하는 것은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SH공사가 제기한 행정소송을 주의깊게 지켜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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