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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기차 화재 비상] 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해야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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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인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로 촉발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국내 완성차업체 3곳과 수입차업체 4곳이 동참했다. 정부는 국내 모든 전기차에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키로 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를 필두로 BMW, 벤츠코리아가 배터리 제조사를 밝혔다. 또 KG 모빌리티, 르노, 볼보, 폴스타도 소비자들이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현재 국내에서 전기차를 운행·판매 중인 주요 업체는 모두 14개사이며 국내 5개사, 수입사 9개사다. 

 

포르쉐, 스텔란티스 등은 이번 달 중 공개할 계획이고 테슬라, GM, 폭스바겐 등은 본사와 협의 후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전기차를 파는 모든 제조사에 배터리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차관급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국무조정실이 밝혔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다. 

 

또 이번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의 소방 시설 긴급 점검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국토교통부도 13일 서울에서 국내 자동차 제작사·수입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와 전기차 특별 안전점검 계획을 논의했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소비자가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쉽게 알 수 있게 자동차 리콜센터 누리집 사이트를 통해 제작사별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제공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벤츠코리아가 불이 난 전기 세단 EQE를 포함한 벤츠 전기차에 대한 국토부의 특별 점검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내년 2월부터 ‘배터리 인증’ 제도도 시행한다. 차량 등록 시부터 배터리마다 식별 번호를 부여해 별도 등록한 뒤, 안전 성능 시험을 사전에 거치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통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배터리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배터리 인증제는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는 것으로, '정보 공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화재가 난 벤츠 전기차 EQE의 경우 당초 중국 배터리 1위 업체인 CATL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가 국토부 조사 등을 통해 10위권 업체인 중국 파라시스 제품이 탑재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파라시스 제품이 중국 내에서 2021년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이 이뤄졌던 사실이 알려지며 배터리 '깜깜이' 정보에 대한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과 우려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정부는 실현 가능성과 전기차산업 경쟁력 등을 고려한 전기차 안전 종합대책을 오는 9월에 발표할 계획이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정보 공개 강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 배터리법에 따라 배터리의 생산·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 등 전(全)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배터리 여권(DBP)’ 제도를 만들어 2027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배터리 정보는 배터리팩에 부착된 라벨이나 QR코드를 통해 공개한다. 소비자는 홈페이지에서 배터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EVMAM-TBRAT)을 구축하는 등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또 EU DPP에 대응해 2023년 10월부터 IT 기업 남경복창 사를 중심으로 배터리 여권(DBP) 무료컨설팅 및 제작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배터리 정보 공개 의무화가 부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 최대 전기차 시장 캘리포니아주는 오는 2026년부터 모든 차량에 배터리 라벨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했다. 

 

ACC(Advanced Clean Car)Ⅱ 규정의 '배터리 라벨링' 항목을 통해 제조사와 구성 물질, 전압, 용량 등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ACCⅡ는 캘리포니아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무공해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의 연도별 비중을 명시하는 규정으로, 전기차의 사이드도어 등 소비자가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라벨을 부착하도록 했다. 어기면 리콜 대상이 된다. 

 

일본은 배터리 및 부품업체 30여개 사가 BASC(Battery Association for Supply Chain)를 결성해 ‘일본식 배터리 공급망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국제기구에서도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비자 선택권'을 명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배터리 원산지나 제조회사의 출처를 숨기는 것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등 불공정한 표시로서 지양해야

한다. 식별력이 낮은 상표 사용으로 화재, 폭발 등 사고가 발생한다면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내용의 규정도 있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배터리 정보 공개가 이미 세계적 추세인 만큼 국내에서도 안전한 전기차 주행과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관련 법·제도 정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유럽처럼 배터리 이력제를 도입하면 중장기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현안은 폐쇄공간에서의 주차충전에 대한 공포감을 없애는 것”이라면서 “당장 우리나라는 외국에는 없는 지하 주차장의 지하 충전소 이슈가 있다. 초점을 흐리지 말고 그 부분에 지금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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