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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제2의 아리셀 예방] 외국인 노동자 산재의 장벽을 깨자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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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별 안전리더 지정 사례. 자료=고용노동부

정부는 '제2의 아리셀 사고'를 막기 위해 앞으로 비자 종류에 관계없이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작업장 안전 인프라 개선에 재정을 지원키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격벽 설치와 비상구 개선 등에 최대 1억 원까지 지원하고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인상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 때 한 번 이상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사고 유형, 안전 수칙 등을 모국어로 번역하거나 그림·가상현실 콘텐츠로 된 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오는 11월부터는 외국인 근로자 전용 앱도 개발한다.

 

외국어 안전 교육 전문 강사를 양성하기 위한 '안전보건 통역사' 자격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더불어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 대진단에 따른 취약 사업장은 3개월 내 전문기관 컨설팅을 제공하고 6개월 내 개선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컨설팅 때는 사업주·경영 책임자 면담도 의무화한다. 

 

소규모 사업장이 위험성평가를 보다 쉽게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위험성평가지원시스템(KRAS)도 손을 본다. 위험성평가 심사를 강화하고 인정 기준도 상향하며 인정 기간 중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산재보험료 감면액을 환수하기로 했다. 

 

차단벽과 위험물질 별도 보관시설 설치, 비상구 개선 등에 최대 1억 원을 지원하고, 실효성 논란을 부른 위험성 평가와 상담 제도도 전면 보완하기로 했다. 

 

또 최근 3년 동안 점검·감독을 받지 않은 화재·폭발 고위험 사업장 200곳에서 비상구 적정 설치 여부, 안전보건교육 등 안전보건수칙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기술·신산업, 외국인 근로자 증가, 고령화 등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현장의 안전 관리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계와 유족은 ‘제조업 산업단지 및 리튬 배터리 화학폭발사고에 대한 대책도 없으며, 위험성 평가제도는 전면 개편은커녕 인정심사를 일부 강화하는 것뿐’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이주노동자 최대의 집단 산재 참사 발생의 원인으로 △매년 100명이 죽어 나가는 이주노동자 산재 사망에 원인분석도 대책도 전무한 정부 △실제 일하는 현장의 위험에 대한 모국어 안전교육 부재 △위험의 이주화에 대한 무대책이 수차례 제기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형식적인 입국 전후 교육강화, 이주노동자에게는 전달되지도 않는 교육교재를 더 많이 쌓아놓고, 현장은 알지 못하는 유학생 결혼 이민자를 안전보건 통역사로 양성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는 23명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속죄의 태도로 노동시민사회가 제기한 재발방지 대책을 포함하여 근본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속화재와 관련해 건조사 관리 및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기훈·이준식 창신대학교 교수가 작성한 '금속화재 위험감소 방안에 관한 이론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초기 금속화재에는 분말 형태의 금속화재용 소화약제가 적합하지만 화재가 확산될 경우 건조사를 활용한 화재진화가 적합하다. 하지만 관할 소방서에는 건조사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며 지자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또 금속화재 발생 시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금속화재 발생 시 현장에 필요한 건조사가 지원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화재진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자체에 가연성 금속을 취급하는 사업장에 대한 현황파악과 함께 규모에 따라 지자체에 건조사 비축, 관리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업계에서는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만 있을 뿐, 외국인 관리자가 없다는 점도 이주노동자 산재의 장벽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국내 몇 몇 현장에서 외국인 안전리더를 기용하는 추세가 보이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 금형자재 제조업체 굿스틸뱅크는 노동자 47명 중 19명이 베트남·미얀마·필리핀 국적 외국인이다.

 

10년 넘게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무재해사업장인 굿스틸뱅크는 숙련 외국인 4명을 지정해 안전리더로 임명해 매달 5만~13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외국인 안전리더를 통해 외국인 신규작업자의 안전한 작업방법 등을 전담교육하고 있으며 외국어 번역 교육자료·동영상 등을 안전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인 지우산업 소속 나린다 쿠마라 씨는 지난 4월 첫 외국인 작업반장으로 임명됐다. 스리랑카 출신인 쿠마라 씨는 한국인 9명, 스리랑카인 19명 등으로 이뤄진 도장부문 작업팀을 지휘하고 있다. 

 

남기훈 창신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14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현재 외국인에 대한 안전교육 업무가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 이관됐고, 그 쪽에서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다만 외국인들이 이런 안전교육을 받으려면 별도로 받아야 되는데, 업체 입장에서는 안전기본교육을 다 받은 상태에서 근로시간에 다시 그런 시간을 빼는 것도 강제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어 교육도 받고 안전교육도 받아야 되는데 이렇게 되면 교육시간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게  돼서 교육 효율이 떨어진다고 남 교수는 지적했다. 

 

남 교수는 또 “우리나라가 보수적이라 현장에서 외국인들을 관리자로 잘 안 쓴다. 현장 안전관리자들이 외국인들도 관리를 하고 안전교육도 시키고 하면서 그런 인력들이 배출이 돼야 하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은 늘어나는데 관리자들은 다 한국 사람들이다 보니 문화적인 문제나 언어적인 문제 등 그런 것들이 굉장히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각 나라별로 안전교육 자료로 나오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현장에 가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거를 보지도 않고 사실 잘 이해를 못 한다. 그러다보니 그걸 활용하는 것도 어렵다”면서 “언어를 하면서 안전교육을 같이 할 수 있는 교재들이 개발 되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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