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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의무화해 제2의 시청역 참사 막자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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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오후 9시 27분쯤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는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최근 차량 급발진 논란이 불거지면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가 진행된 일본의 차량시스템을 빨리 벤치마킹해서 운전자들의 안전을 지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엔진 회전수 급증 같은 비정상 조작이 감지되면 차량이 경고음을 내고 제동하거나 감속하는 장치다. 

 

페달 오조작 방치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는 최근 들어 잦아진 고령층의 급발진 사고 때문이다. 

 

경찰이 한 달 전 16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가 피의자의 '운전 조작 미숙'으로 결론을 내렸다. 운전자 차 모씨(68)는 사고 당시 가속페달을 최대 99%까지 밟고 시속 107㎞로 주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은 지난 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사고 관련 종합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주변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의자 주장과는 달리 운전조작 미숙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류 서장은 “국과수의 사고차량 감정 결과, 가속장치와 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EDR(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 또한 정상적으로 기록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청역 참사로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이동권 침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신 고령자의 운전 오조작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는 주행 중 분당 엔진 회전수인 RPM이 갑자기 증가할 경우 엔진 연료를 차단해 속도를 올릴 수 없도록 한다. 

 

인구 고령화가 유럽, 북미 및 대부분의 동부 및 동남아시아에 영향을 미치면서 2050년까지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고령 운전자 수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연합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7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 수가 2009년 4%에서 2025년 9.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자가 실수로 브레이크 페달 대신 가속 페달을 밟는 경우가 있어 심각한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UNECE는 “아시아와 유럽의 관련 데이터에 따르면 나이가 많은 운전자가 젊은 운전자보다 이러한 실수를 더 자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의 경우 다른 세대에 비해 8배나 그러한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UN 규정 초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페달 오조작과 연령 사이에 제안된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수치는 미래에 잠재적으로 사고 위험이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페달 오조작을 막기 위한 논의는 이미 활발하다. UNECE는 지난 6월 차량에 페달 오작동 방지 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안을 골자로 한 국제 규제 조항을 채택하기로 했다. 고령화 사회가 우리보다 빨랐던 일본은 일찌감치 고령자의 자동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탑재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탑재된 차가 판매됐으며, 2022년에는 신차의 약 90%에 장치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페달 오조작에 따른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최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토교통성은 이르면 2025년 6월부터 모든 신차에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PMPD) 설치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장치는 정지 시에 차량 전방과 후방에 있는 장애물을 파악한다. 장애물을 1∼1.5m 앞에 둔 상태에서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도록 하거나 시속 8㎞ 미만 속도로 부딪히도록 가속을 억제한다. 

 

차내에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주세요'라는 경고 문구도 표시된다.

 

UNECE에 따르면 일본이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도입 이후 2021년 기준 일본에서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와 사망자 수는 10년 전에 비해 각각 51%, 52%나 급감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선 페달 오조작과 관련해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페달 오조작 사고방지 및 평가 기술 개발 기획 연구에 들어갔다. 관련 기술에 대한 수요조사 등 아직 기획 단계에 있는데 내후년까진 개발을 마무리하고 보편화하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전방에 장애물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 비상 제동 장치 시스템(AEBS)를 후방에도 설치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AEBS는 지난해 법 개정으로 버스나 중대형 트럭에서 모든 차종으로 설치 의무가 확대됐는데, 시야각이 좁은 고령층을 위해선 후방에도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달 말 공식 출시되는 현대자동차의 경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차(SUV) 캐스퍼 일렉트릭. 신기술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기술이 적용됐다. 사진=현대자동차 그룹

업계에서도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달 말 공식 출시하는 경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 일렉트릭에 신기술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기술을 적용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PMSA는 차량 전방 1m에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경우 차량이 이를 오조작으로 인식하고 제동하도록 만드는 기능이다. 멈춰있는 상태이거나, 정지해 있다가 출발하는 저속 상태에서 급하게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때만 이 기능이 작동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급발진 추정 사고로 접수된 269건의 사례 중 203건, 75%를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793건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급발진 사고로 인정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3일 <이코리아>와 한 통화에서 “고령 운전자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해 밟는 사고가 많기 때문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가장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기존에 고령자가 운전하는 차량이 노후된 차가 많다. 이런 차들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가 없기 때문에 애프터 마켓으로 넣을 수 있는 중소기업 제품을 빨리 개발해서 선정해야 된다. 다만 이런 기술 개발은 시간이 좀 걸린다. 아마도 관련 중기 기술 제품은 내년 중반에는 나올 것”이라면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해 밟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개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윤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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