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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배달앱 수수료 인상에 자영업자 역마진 위기, 해법은?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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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배달플랫폼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불만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독점적인 배달앱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낮은 공공배달앱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반면, 공공앱이 민간앱과 대등하게 경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민간앱의 수수료율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배달앱 중개수수료 9.8%, 입점업체 영업이익률의 1.5배 수준

 

정부는 지난 13일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2차 회의를 열고 공공배달앱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공공배달앱 ‘땡겨요’는 이날 회의에서 “공공배달앱의 수수료율이 매우 낮은 만큼,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통해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배달플랫폼 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를 공공배달앱으로 유인하는 방안 등 공공배달앱 지원방안을 다각도로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땡겨요는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공공배달앱으로 서울·광주·충북·전남 등 4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며, 2.0%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민간회사가 운영하는 배달앱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배달의민족은 이달 9일부터 기존 6.8%였던 수수료율을 9.8%로 3.0%포인트나 인상했다. 업계 2위인 쿠팡이츠 또한 이와 같은 9.8%, 요기요는 12.5%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배달앱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는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수리·용역수탁사업자협의회는 배민이 수수료 인상을 발표한 지난달 10일 공동 성명을 내고 “물가 상승과 경기 악화로 이중·삼중고에 처한 입점업체들은 계속해서 배달앱사에 중개수수료 인하를 절박하게 요청해 왔다”라며 배민의 수수료 인상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매몰차게 외면한 비정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가맹점주 영업이익률은 6.6%로 배민의 인상 전 수수료율인 6.8%보다도 낮다. 인상 후 수수료율인 9.8%는 입점업체 영업이익률의 1.5배에 달한다. 협의회는 “이번 수수료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수익을 잠식하고 궁극적으로 폐업 위험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미 현장에선 역마진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라며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은 물가인상을 유도하여 소비자 후생까지 저해할 수 있어 배달앱 시장의 공멸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경쟁력 잃은 공공배달앱, 민간배달앱 대안되려면?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낮은 공공배달앱은 민간배달앱의 대안으로 논의돼왔다. 문제는 공공배달앱이 출시된지 이미 수년이 지났지만, 낮은 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민간앱과 대등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코로나19 기간 다수의 지자체에서 공공배달앱을 출시했지만, 시장에 자리 잡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첫 공공배달앱인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는 매출액이 2021년 90억원에서 지난해 44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부산시가 2022년 1월 출시한 공공배달앱 ‘동백통’은 지난 5월 결국 운영을 중단했으며, 강원도 ‘일단시켜’, 충청남도 ‘소문난샵’, 전남 여수시 ‘씽씽여수’, 경남 거제시 ‘배달올거제’ 등도 사업을 접었다. 

 

공공배달앱의 부진 이유로는 ▲불편한 인터페이스 ▲부족한 홍보 ▲적은 가맹점 수 등이 꼽힌다. 후발주자임에도 홍보가 부족해 이용자 수가 좀처럼 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도 입점을 꺼리게 됐다는 것. 여기에 민간앱에 비해 부족한 기술력과 운영인력 등도 소비자 만족도에 영향을 미쳤다.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지자체가 민간기업처럼 시장 확보를 위해 대규모의 자금을 투자하기도 어렵다.

 

낮은 중개수수료율에도 불구하고 높지 않은 가격경쟁력도 이유로 꼽힌다. 민간배달앱이 각종 할인쿠폰 제공 및 무료배달 이벤트 등 가격 경쟁에 나서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공공배달앱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 

 

민·관 협력을 통한 공공배달앱 활성화도 대안으로 논의되지만, 대표적 모델인 신한은행의 ‘땡겨요’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AU(월간활성이용자수)로 계산한 땡겨요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1%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신한은행의 땡겨요는 ‘수익’보다 ‘상생’을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인 만큼 입점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고 중개수수료도 2%로 유지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상태다. 

 

◇ 배달앱 중개수수료 상한제, 역효과 막으려면?

 

일각에서는 공공배달앱 활성화만으로 독점적인 민간배달앱의 횡포를 막기 어려운 만큼, 민간배달앱의 수수료율을 직접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 뉴욕, 워싱턴 등 일부 주에서는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도입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또한 코로나19 유행 기간 배달앱 수수료를 20%로 제한했다가 2022년 이를 영구화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수리·용역수탁사업자협의회 또한 지난달 발표한 성명에서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들은 “배민의 일방적이고 불합리한 수수료 인상 통보는 혁신성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을 미루고 자율규제에 의존해 온 수수방관이 불러온 참사”라며 “‘수수료한도제’를 도입하고 배달앱 입점업체들이 수수료 등을 배달앱사와 협의할 수 있는 규정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수수료 상한제가 자영업자의 숨통을 틔워줄 대책일지는 아직 확신하기 이르다. 지난 2021년 국제학술지 ‘인포메이션 시스템 리서치’(Information System Research)에는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미국 내 14개 도시 및 뉴저지주에서 해당 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진은 분석대상을 배달플랫폼이 낮은 수수료를 지급하기 된 ‘개인사업자’와, 기존의 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받는 ‘체인사업자’로 나눠 상한제 도입 후 매출 및 주문 수 등을 비교했다. 

 

논문에 따르면, 수수료 규제 도입 후 개인사업자의 매출 및 주문 수는 감소한 반면 체인사업자의 매출과 주문 수는 증가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도입한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배달플랫폼의 프로모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시행 후 플랫폼이 배달앰에서 낮은 중개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개인사업자를 덜 추천하고 높은 중개수수료를 내는 체인사업자를 더 추천했다는 것. 배달플랫폼이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입점업체를 더 노출시킨다면 결국 규제로 인한 역효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연구진은 배달플랫폼이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요금을 인상해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손실을 보상받으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앱 내 입점업체 간 차별을 막고 배달요금을 통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추가적인 규제가 없다면 수수료 상한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을 맡은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상생협의체에서 땡겨요 측 건의를 포함한 공공배달앱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라며 “상생협의체라는 창구가 배달 산업의 상생과 발전을 위한 흔치 않은 기회인 만큼, 참여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허심탄회하게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 

 

임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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