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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아동·청소년 SNS 셧다운제 VS 표현의 자유 침해...찬반 논쟁 치열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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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여야 가리지 않고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며, 청소년 SNS 이용 제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청소년들의 SNS 과몰입을 예방하도록 하는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16세 미만의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 친권자의 확인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조 의원은 "미국, 프랑스, 유럽연합, 대만 등 다양한 국가에서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다."라며 "한국도 청소년 SNS 사용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고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17일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중독을 방지하도록 하는 ‘청소년 필터버블 방지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알고리즘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중독성 콘텐츠로 규정하고 알고리즘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 제공자에게 미성년자 가입 여부를 확인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것을 의무화한다.

 

또 7월 16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셜 미디어 사업자가 14세 미만 아동의 회원가입을 거부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SNS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SNS가 아동의 지능·인지·정신건강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아동을 유해·불법 콘텐츠와 사이버 불링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SNS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알고리즘 기반 서비스가 아동·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나섰다.  연구기간은 오는 9월부터 약 5개월 간이며 SNS 알고리즘 추천 콘텐츠에 의한 청소년 중독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다. 방통위는 해당 연구를 통해 소셜 미디어의 AI 기반 추천 서비스가 미성년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해 건강한 정보통신서비스 이용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 론 드산티스 X 갈무리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에서는 유타 주, 아칸소 주 등 각 주에서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정했거나 논의하는 단계에 있다. 또 플로리다주는 지난 3월 14세 미만 어린이·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계정 보유를 금지하고 15~16세는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플로리다주의 법안은 미국에서 제정된 SNS 청소년 보호 법안중 가장 강력한 수준의 법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텍사스, 오하이오, 뉴저지, 루이지애나 등 여러 주에서도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 사용 제한에 대해 논의 중이며 뉴욕주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미성년자에게 자동 피드를 제공하는 것을 차단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EU 집행위가 메타를 상대로 알고리즘 기반 플랫폼이 아동에게 행동장애를 유발할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또 프랑스에서는 전문가의 연구 용역 위탁 결과에 따라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와 3세 미만 유아의 영상 시청 금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 역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과 사회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제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이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비교로 인한 자존감 저하나 사이버 괴롭힘, 수면 방해 등의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다.

=  프란시스 하우겐 X 갈무리

미국에서는 지난 2021년 페이스북(현 메타)의 전 직원 프랜시스 하우겐이 페이스북 등 기술 기업들이 사용자 안전보다 이윤 추구를 우선시한다고 고발하며 파장이 일었다. 하우겐은 페이스북이 자체적인 연구를 통해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고 사업을 이어가며 사용자의 안전보다 이익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월 프랑스의 연구진들 역시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월 프랑스의 전문가들은 프랑스 대통령의 연구 용역 위탁에 따라 13세 미만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보고서를 통해 기술 기업들이 자신들의 알고리즘에 이용자가 콘텐츠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일종의 중독성 역학을 적용했으며, 아이들을 기술 시장에서 일종의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방치하면 어린이의 시력과 신진대사, 지능, 집중력, 인지 과정 등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공중보건 책임자인 비벡 머시 미국 의무총감은 지난 6월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며, 소셜 미디어에도 술이나 담배처럼 경고 문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시 총감은 소셜 미디어의 푸시 알림, 자동 재생, 무한 스크롤 기능이 청소년의 두뇌 발달을 방해하고, 과도한 사용을 조장한다고 지적하며, 미국 의회가 입법을 통해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 제한을 법적으로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이들은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강제적으로 제한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며, 디지털 환경에서 책임감 있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셜 미디어의 악영향이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대신, 부모와 교육기관이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이 더 옳은 방향이라는 의견도 있다.

= 미국 시민자유연맹 누리집

2023년 아칸소 주에서 미성년자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제한하는 "소셜 미디어 안전법"이 제정되자,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은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ACLU 아칸소 지부의 홀리 딕슨 상무이사는 "아칸소 주민을 '보호'하려는 이 잘못된 시도로 인해 우리의 시민권이 박탈될 위험이 있다"며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에 대한 권리를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부모는 자녀에 대한 권한을 가질 수 있지만, 정부가 부모의 의사를 대변해 모든 가족에게 일률적인 규제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영국의 비영리 단체 인터넷 매터스(Internet Matters)는 소셜 미디어가 어느 정도 위험을 초래할 수는 있지만, 청소년이 세상과 연결되고 이해를 넓히며, 온라인 소통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순기능도 존재다고 강조한다. 이 단체는 법적 규제보다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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