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정책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AI가 일상생활에 점점 더 깊이 자리 잡으면서, AI의 개발과 배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AI 정책을 주도해온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AI 안전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AI 전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포괄적인 AI 규제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1월 영국에서 열린 AI 안전 정상회의에 참석해 AI의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사용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강조했다. 또한 미국의 AI 정책 비전과 원칙을 설명하며, AI가 대중을 보호하고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리스는 AI가 질병 치료, 농업 생산 개선, 기후 위기 대응 등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AI 기반 사이버 공격과 생물학 무기 같은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노인이 잘못된 AI 알고리즘으로 인해 의료 보험에서 제외되거나 여성이 노골적이고 딥페이크된 사진으로 학대를 당하고, 젊은 아버지가 편향된 AI 얼굴 인식으로 인해 부당하게 투옥되는 등 이미 AI로 인한 위협은 실존적으로 느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리스는 AI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AI 안전 연구소 설립, AI 권리장전 작성, 병원 및 의료 시설의 AI 사용 안전성 보고 프로그램 도입 등의 조치를 발표했으며, 기술 기업들이 AI 생성 콘텐츠 식별 도구 개발, AI 안전 테스트 결과 제출 등을 포함한 책임 있는 AI 관행을 준수하도록 촉구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각종 AI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AI 혁신을 방해하고 이 기술 개발에 급진 좌파의 아이디어를 강요하는 조 바이든의 위험한 행정 명령을 폐지할 것이다”라며 바이든의 AI 안전 관련 행정명령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 공화당원들은 언론의 자유와 인간의 번영에 뿌리를 둔 AI 개발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러닝메이트 J.D. 밴스 상원의원 역시 AI 규제보다 개발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7월 '미국인 프라이버시 보호와 AI 가속'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일부 AI 분야에서 유리한 고점을 차지한 빅테크들이 더 신기술의 위험과 규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거대 기술 기업만이 준수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밴스는 결국 이러한 규제는 기존 빅테크에게만 유리할 뿐, 새로운 진입자들이 차세대 미국 성장과 일자리를 이끌어낼 혁신을 창출하기 어렵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후보의 AI 정책은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미국 기술 기업의 세계적 우위를 지원하고, 다른 정부가 이러한 기업의 권력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며, 국가 안보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워싱턴의 우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방향성을 공유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폴리티코의 마크 스콧 수석 기술 특파원은 양 후보가 현저히 다른 디지털 정책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미국 기술 기업의 세계적 우위를 지원하고, 다른 정부가 이러한 기업의 권력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며, 국가 안보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신기술에 대한 워싱턴의 우위를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스콧은 결국 두 대선 후보가 기술 회사에 대한 글로벌 규제에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거 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누가 백악관에 당선되더라도 여러 빅테크 기업에 대한 연방 및 주 정부의 오랜 경쟁 구도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미국의 국가 안보를 중심으로 AI와 기술 정책을 접근할 것이며, 이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경제적,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 향상, 유럽연합의 기술 규제에 대한 반대, 데이터 수집과 군사적 AI 사용 등에 있어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동안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추진했고, 해리스 역시 이와 같은 방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콧은 "두 후보 모두 기술 기업에 대한 글로벌 규제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을 취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유럽연합과의 무역 및 기술 협의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철회를 요구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하며, "결국 미국 기술 기업의 세계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방향성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와 해리스가 AI와 기술 정책에서 분명히 차이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목표는 일치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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