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의 등장을 계기로 기술 대기업들의 AI 군비 경쟁이 시작된 지 18개월이 지난 가운데, 기업들이 AI 서비스로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AI 버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최근 주요 기술 대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 기간에 더욱 커지고 있다. 기술 기업들이 AI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을 초과하는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는 것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 847억 4,000만 달러, 순이익 236억 달러를 기록했다. 네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하락했다. 이는 구글의 AI 분야 투자액이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알파벳의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는 "AI 투자가 과도하다고 지적해도 그 인프라는 앞으로 우리에게 유용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라며 AI 투자가 필요한 지출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익 발생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투자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190억 달러의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MS의 2분기 매출은 647억 달러였으며, 영업이익은 15% 증가한 279억 달러, 순이익은 220억 달러였다. 그러나 AI와 연관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부문 매출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아마존은 2분기 매출 1,479억 8,000만 달러와 순이익 13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540억~1,585억 달러로 제시되던 실적 예측을 밑도는 수치다. 반면, 164억 1천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 증가한 자본 지출은 주목을 받았다. 실적 발표 이후 아마존의 주가는 9% 가까이 하락했다.
한편,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해 35억에서 45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하지만, 운영 비용이 최대 85억 달러에 달해 최대 50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 직원 수와 훈련 비용이 급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해외 업계에서는 'AI 버블'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CNN은 기술 대기업들이 AI 기술로 산업 혁신을 약속하며 수천억 달러를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에 지출했으나, 여전히 의미 있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빅테크는 AI가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월가에 확신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의미 있는 수익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AI의 가치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의 주식 폭락 이후 회의론은 더 퍼지고 있다. 지난 6월 잠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의 기업으로 등극하며 주목받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6.3%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했다.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엔비디아의 AI 기술이 과대평가되었다고 경고하며, 엔비디아의 GPU에 대한 수요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게이브칼 리서치는 최근 시장 혼란이 AI 버블 붕괴의 신호일 수 있으며, 기술 기업의 약속과 실적 간의 불일치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몇 분기 전만 해도 기술 기업들은 AI가 매출과 수익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이 상황이 2008년 금융 위기와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리서치는 “몇 분기 전만 해도 기술 기업들은 AI가 곧 매출과 수익을 성층권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떠벌리고 다녔다.”라고 지적했다. 또 “오늘날 전 세계가 글로벌 반도체 지수 장부가의 9배를 정당화하는 막대한 AI 지출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왜 인텔은 직원의 20%를 해고해야 하는가? 그리고 미국이 정말로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면, 미국의 반도체 챔피언 기업 중 한 곳의 주가는 왜 1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리서치는 최근의 시장 혼란의 상황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와 유사하며, 기술 업계의 광범위한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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