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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소급 적용하자

by 이코리아 티스토리 2024.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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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감식 현장 = 뉴시스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서 스프링클러 미작동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22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에서도 호텔 객실 전체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며 스프링클러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먼저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큰 피해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재는 총 72대의 차량을 전소시켰고, 70여 대의 차량이 그을리는 등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후 조사에서 스프링클러가 미작동했다는 점이 밝혀지며 문제가 제기되었다.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인해 불을 끄는 데 8시간 넘게 소요되었다.

부천 호텔 화재 감식현장 = 뉴시스

또 22일에는 경기 부천의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등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가운데, 호텔 객실 전체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점이 드러나며 문제가 되었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소방시설법이 개정되며 6층 이상의 모든 신축 건물에는 층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화재가 발생한 호텔은 2003년 준공되어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스프링클러 설치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화재 사례는 최근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에는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방화문이 열려있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아파트는 2001년 준공되었으며, 당시 법규에 따라 16층 이상의 건물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1층에서 15층까지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어 지난 1월 2일에는 군포시 산본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여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아파트 역시 1993년 준공되어 세대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군포 아파트는 11층 이하 건물로, 당시 법규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되지 않았던 건물이었다. 이 두 사건 모두 스프링클러의 부재가 화재의 피해를 더욱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와 유사점을 보인다.

 

반대로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하며 큰 피해를 막은 사례도 있다. 인천일보에 따르면 지난 7월 6일 오전 7시경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1996년에 준공된 9개 동 규모 아파트에는 1180세대가 거주하고 있으며 당시 지하 1층 주차장에는 입주민 차량 120여 대가 세워져 있었다.

 

전기차에서 시작된 불은 바로 옆에 있던 다른 전기차로도 옮겨붙었지만, 스프링클러가 연기를 감지해 제대로 작동하며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아 불은 1시간 44분 만에 완전히 진화되었다. 

 

당시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은 “불에 타고 있는 차량 옆에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었고 일반 차량도 가득했지만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덕분에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광주에서 발생한 치과병원 방화 사건 역시 스프링클러의 효과를 입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22일 광주 시내의 한 상업용 건물 3층에 위치한 치과병원에 김모씨가 부탄가스와 인화물질이 든 플라스틱 통을 묶은 사제 폭발물을 이용해 방화를 시도 했다. 불이 붙은 폭발물에서 불길이 치솟았으나, 건물 내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즉시 작동하여 화재가 크게 번지지 않도록 막았다. 이 덕분에 소방대원들이 9분 만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고,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주차장 화재 현장 찾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 뉴시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의 설치와 운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먼저 인천 전기차 화재에서 특히 쟁점이 된 부분은 지하 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의 작동 방식이다. 지하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 등 방재 장비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준비작동식밸브 연동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시 관리사무소 방제실에 있는 수신기에 화재 신호가 전달되었지만, 직원이 연동 정지 버튼을 눌러 감지기가 화재를 감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3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와 관련해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하주차장과 같은 특정 환경에서는 습식 스프링클러가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스프링클러의 작동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배관에 물이 차 있는 ‘습식 스프링클러’ 방식과 배관에 공기가 차 있다가 화재 발생 시 물이 전달되는 ‘건식 스프링클러’, 그리고 화재 감지기가 연기나 열을 감지하면 물이 배관에 채워졌다가 이후 헤드에 열이 가해지면 물이 방출되는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 세 가지다.

 

공 교수는 “습식 스프링클러는 물이 항상 스프링클러 헤드에 차 있어 화재 발생 시 즉각적으로 물을 방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준비 작동식 스프링클러는 화재 감지와 스프링클러 작동 사이에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 구조로 인해 오작동의 우려는 줄어들지만 화재에 대한 반응 시간이 느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하 주차장의 경우 실내와는 달리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만큼, 화재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사용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이전부터 소방 관련 법령이 지속적으로 강화됨에 따라 아파트 등 건물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역시 함께 강화되었으나,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노후 건물은 여전히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공하성 교수 역시 부천 호텔 화재 사건과 관련해 스프링클러 설치 소급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오래된 건물에서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미비한 점을 지적했다. 공 교수는 "특히 화재 발생 시 인명 피해가 큰 숙박업소 등에는 소급 적용이 필요하다."라며, 비용 문제로 인해 소급 적용이 어렵다면 일부라도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소급적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23일 다수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부천 화재 사고 발생 관련,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소급적용 등 노후건물 화재 예방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부천 호텔 화재 사고를 언급했다. 김 의장은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없어서 초기 불을 잡지 못한 것이 인명피해를 키운 큰 이유다.”라며 “당정은 이번 화재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스프링클러가 의무 설치되지 않은 노후건물에 대한 전반적인 화재 예방 대책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  소방청 누리집

국민들의 화재 우려가 커짐에 따라 소방청은 대대적인 소방시설 점검에 들어갔다. 소방청은 2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서 스프링클러 설비 등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확산 된 사고와 관련해 아파트 거주 중인 국민의 불안감 해소 및 재발방지 등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아파트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설비 등 소방시설 화재안전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사는 8월 21일부터 11월 20일까지 3개월간 진행되며, 특히 스프링클러 설비의 설치 및 작동 여부, 유지 관리 상태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소방시설의 불법 폐쇄 또는 차단 행위가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한다. 이와 더불어 아파트 관리자를 대상으로 안전 점검 체크리스트를 배포하고, 화재 예방 컨설팅과 대피계획 홍보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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